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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등 공격에 대비한 지하 벙커를 갖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한 별장이 공개됐다. 카타르의 민영 위성TV 방송사인 알자지라는 27일(현지 시간) 민주화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동부지역에서 벵가지 다음으로 큰 알바이다 교외에 위치한 이 별장은 넓직하고 아름다운 정원과 실내 수영장, 거품목욕을 할 수 있는 월풀 욕조 등을 갖췄다. 민주화 시위대에 의해 일부 기물이 파괴된 이 카다피 별장은 사치스런 별장일 뿐 아니라 핵무기 등의 공격을 받더라도 몇 달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한 지하 벙커를 갖춘 요새였다. 겉에서 보기에는 단조로운 모양의 단층 건물이지만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면 핵무기 공격에도 카다피가 수개월 동안 버틸 수 있게 두꺼운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로 만든 지하 벙커로 이어진다. 육중한 2개의 철문과 그 사이에, 무릎이 땅에 닿을 정도로 자세를 낮춰야 통과할 수 있는 비좁은 통로를 지나면 벙커가 나온다. 벙커 안에는 핵ㆍ독가스 공격을 받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미국ㆍ스위스제 공기정화ㆍ환기 시스템과 에어컨ㆍ비상발전기ㆍ물 펌프와 욕실 등이 있고 카다피가 외부로 몰래 빠져나갈 수 있는 비상탈출 사다리도 설치돼 있다. 공조시스템 등 옆에 붙어있는 스티커형 점검일지에는 지난달 중순 점검을 마쳤다고 표시돼 있어 최근까지도 정상 운영됐음을 알 수 있다. 외부 위협에 심각한 공포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카다피는 리비아 곳곳에 이 같은 지하 벙커를 갖추고 있으며, 현재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트리폴리 은신처에도 보다 견고하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지하 요새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카다피는 다혈질에 자기중심적 인물로 심각한 공포증을 앓고 있으며 저택의 위층에 머무는 것을 아주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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