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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김성환 국내 첫 개인전
아트선재센터 ‘늘 거울 생활’ 11월30일까지
영국의 국립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은 2012년 7월 지하의 대형 오일탱크를 영상과 퍼포먼스 전용 전시공간으로 개조한 ‘더 탱크스(The Tanks)’를 새롭게 열면서 개관전 작가로 한국 출신 김성환(39)을 택했다. 당시 선보였던 영상작품 ‘템퍼 클레이(Temper Clay·진흙개기)’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 왕’이야기를 한국의 현대사적 맥락으로 옮긴 작품으로, 재산 분배를 둘러싼 갈등을 한국식 훈육의 문제로 재해석했다. 주거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휴가지인 호숫가 별장이라는 두 공간이 거울처럼 서로를 반영하는 배경으로 등장하는, 다소 괴기스러운 분위기의 영상물이다.
김성환의 국내 첫 개인전이 아트선재센터에서 11월30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서울대 건축학과 재학 중 유학해 미국 윌리엄스컬리지에서 수학과 미술을 복수전공했다. 유럽에서 먼저 주목받은 그가 고국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을 끄는 전시다.
전시 제목은 ‘늘 거울 생활’. 초등학교의 음악·미술·체육 통합 교과서 ‘즐거운 생활’에서 따온 일종의 언어 유희다. ‘즐거운’ 감정과 ‘생활’ 방식까지도 가르치려 하는 교육제도를 비꼬는 동시에 전시 관람 태도도 가르치는 기존 제도에 반발한 셈이다. 전시장은 네모 반듯하고 환한 하얀 벽면의 ‘화이트큐브’가 아니라 불규칙적이고 뒤엉킨 공간으로 구성됐다. 커다란 기둥 뒤에 그림을 걸어 제대로 볼 수 없게 했는가 하면 어둑한 조명도 ‘무엇을 봐야할지’ 머뭇거리게 만든다. 사실은 곳곳에 매달린 8개의 조명 그 자체가 작품이지만 말이다.
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에 따라 전시장의 분위기는 달라지며, 공간을 가로지르며 드리운 커튼은 ‘가림’과 ‘열어 보임’의 중의적 상황을 연출한다. 거울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뒤편이 훤히 보이는 스파이 거울도 여기저기 놓여있다. 나를 바라보며 다가섰다가 그 이면의 너를 보게 하는 장치다. 작가에게 거울은 반사와 반영(reflection) 보다는 ‘증식’의 매개체다.
영상작품 ‘아다다’는 두 명의 아시아계 외국인들에게 한국인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을 맡겨 말더듬이처럼 설정한 실험영화다. 영어와 한국어를 대사와 자막에 뒤섞어 사용했기에 보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제각각이다. 엄밀히는 전시 전체가 관객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해도와 반응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한 게 사실이다.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현대미술에 대해 열린 태도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뿐.
고정되고 완성된 것보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변형가능성을 지향하는 작가도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의 20%는 전달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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