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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스페인 세비야비엔날레(이하 BIACS)에 출품됐던 한국 현대미술 주요작가 13명의 작품 40여 점이 세비아에 유치(留置)된 채 2년 이상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미술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경제위기로 세비야비엔날레가 부도를 맞음에 따라 운송비 등 대금지급을 못해 우리 작품들이 '인질'처럼 억류돼 있으며 오는 9월이면 스페인 관세법에 따라 작품 소유권이 현지로 완전히 넘어갈 상황이다. ◇시가 40억원 이상의 작품들 컨테이너에 갇혀=제3회 세비야비엔날레는 2008년 10월 세비아 및 알함브라 궁전 일대에서 개막했다. 당시 비엔날레는 독일 출신 피터 바이블, 프랑스 출신 마리에 앵게 그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한국의 독립 큐레이터 고 이원일씨가 공동으로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뉴욕발 금융위기가 유럽의 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재정난에 허덕이던 BIACS는 부도를 맞았고 책임자인 루이스 올르바르가 잠적했다. 그러자 작품 운송비용을 받지 못하게 된 현지 운송사 인테아트(Inteart)가 우리 작품을 유치(留置)하면서 대형 컨테이너에 일괄 보관된 이들 작품은 2년 이상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테아트는 운송비용 2억 5,000여만원과 한국 측 운송사 동부아트에 지급할 비용 4,600여만원 및 보험료 330만원 등을 요구하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된 작품은 제 4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였던 노상균의 설치작품 7점을 비롯해 물이 든 수조 안에서 책이 헤엄치듯 움직이는 이기봉의 설치작품 6점, 디지털 북 프로젝트로 유명한 강애란의 설치세트 2점(40여권), 입체적인 회화를 선보이는 이용덕의 작품 4점 등이 포함돼 있다. 해외 유수의 비엔날레에 자주 초청받는 문범, 최선명, 손봉채, 이경호, 이상남, 김신일, 오용석 등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8폭병풍과 조각가 지용호의 '라이언' 등도 잡혀있다. ◇외교채널 동원해서라도 반환 시급=스페인 관세법에 따르면 작품들이 스페인으로 들어간 지 만 3년이 되는 오는 9월이면 이들 소유권이 수익권자인 BIACS 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작품을 영영 돌려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작품을 회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이원일 감독이 지난 1월 심장마비로 타계해 작품 반환의 주체가 사라진 데 이어 책임과 대표성을 갖고 나서던 인물마저 없는 상태다. 현재 이 감독의 후배 엘비스 킴 씨가 유지를 받아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외부 지원이 절실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작가들이 BIACS를 상대로 작품반환을 청구하는 법률적 대응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화랑협회 등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통상부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스페인 한국대사관이 세비야 시(市)정부와 원만한 외교ㆍ문화적 해결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오늘날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부당한 이유로 뺏긴다는 것은 외국이나 우리 후세에 부끄러운 일이 된다. 문화재 환수 못지 않은 정부와 관련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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