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한국조폐공사가 실무진을 최근 기획재정부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실무진을 파견한 데에 이어 공기업인 조폐공사까지 추가로 파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유력한 APEC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도와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사전 무대로서의 재무장관회의도 성공적으로 끝내겠다는 구상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조폐공사에서 직원 1명을 기재부 APEC 재무장관회의 추진단에 파견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4월에도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국책은행·국책보증기관 3곳에서 회의 준비 실무에 투입된 데 이어 조폐공사까지 참여한 것이다. 이로써 총 4명의 외부 실무진이 기재부 대외경제국 다자경제협력팀과 APEC 재무장관회의 추진단에 매일 상주하며 회의 운영, 의전, 기획 등 실무 조율을 적극 돕고 있다.
조폐공사의 실무진 파견 배경에는 이번 APEC 재무장관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공공기관의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폐공사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 구축, 화폐·증권 인쇄의 자동화, 디지털 인증·블록체인 기술 적용 등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조폐공사가 내놓은 발전 3개년 계획에 따르면 디지털 신분증 사업의 확대 등 ICT기업으로의 전환 가속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화폐 제품 및 디지털 신분증 수출 확대 등을 통한 수출 기업화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그 결과 조폐공사는 기재부가 주관한 ‘2024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등급인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IBK기업은행와 신용보증기금도 디지털 금융 접근성 확대 분야에서 APEC 재무장관회의 실무 협의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올해 4월 신용보증기금은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디지털 기반 금융지원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 양 기관은 ‘비대면·디지털 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업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상품 활성화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거기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미 2022년에 기업금융을 전면 온라인으로 취급하는 기업금융 전용 디지털 플랫폼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기재부는 이러한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디지털 금융 혁신경험을 의제 준비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한국의 공공 혁신 역량을 국제무대에 각인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APEC 21개 회원국 재무부 수장들이 참석하는 최대 규모의 재무 분야 협력 무대다. 올해 20년 만에 의장국이 된 한국은 △혁신적 성장 △디지털 금융 확대 △지속가능한 재정 △포용적 경제체제 구축 등을 중점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회의 결과물로는 의장 성명서를 넘어 21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 합의문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재정·금융 질서에서 리더십을 강화하는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정부는 이번 재무회의를 오는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발판·사전 무대로 규정하고 외교·경제 양축을 모두 아우르는 사전 성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년 전 2005년 APEC 재무장관회의 운영 방식 사례까지 참조하며 회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5년 의장국이었던 한국은 당시 북한에 초청장을 제안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유사한 제안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공교롭게 당시 의장국 의장은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었다. 한 전 부총리는 당시 개막 연설에서 북핵 6자회담 진전이라는 조건 하에 북한을 초청하자고 중대 제안을 했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깜짝 발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는 구윤철 기재부장관 후보자의 공식 취임 직후 각국에 초청장을 발송할 예정이며, 늦어도 이달 말에 회의 참석 요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제와 주제는 5월에 이미 정해졌고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지 초안을 짜고 있다“면서 “APEC 정상회의가 더 빛날 수 있도록 직전에 열리는 재무장관회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할 책임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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