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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안방처럼 누비는 전투기

● 영화‘스텔스'


‘올해는 왜 안 나오나’ 했다. 전세계를 안방삼아 자국의 전투기를 몰고 다니며 세계 평화를 지켜낸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오락영화 말이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스텔스’는 ‘인디펜던스 데이’ ‘에어포스 원’ 등으로 면면히 이어온 할리우드 정통 족보의 ‘적자’격인 영화다. 전세계 개봉판엔 미군 전투기가 북한을 폭격하는 장면이 실려 있지만, 한국 개봉판에는 ‘특별히’ 재편집돼 북한이 언급되지 않는다. 영화를 수입한 소니픽쳐스 측은 “북핵 문제로 민감해진 시기에 국내 관객에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면에 대해 본사에 수정을 요청했다. 영화는 단지 픽션일 뿐”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빠진 자리를 미얀마와 타지키스탄이 메웠다. 어쨌튼 못 사는, 사이 안 좋은, 결정적으로 영화 수출에 하등 도움 안 되는 나라들이다. 영화는 철저히 오락물의 정도를 걷는다. 국제테러 방지를 위해 개발된 최신형 전투기 ‘스텔스’ 편대에 3명의 파일럿이 선발되고, 이들과 함께 첨단 인공지능 무인 비행기가 추가된다. 어느 순간 이 무인비행기는 통제 불능의 적으로 변하고, 이 비행기를 막기 위해 파일럿 3총사는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우주인의 침공을 상상하고, 복제인간이 닥칠 미래를 고민하는 요즘 할리우드에 이 영화는 순진하기 짝이 없다. 인공지능 기계와 인간의 이분법적 대결은 이미 유통기간이 한참 지난 소재들. 여기에 남의 나라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테러 조직’이란 이유로 미사일을 쏴 대는 장면에 이르면 아무리 친미주의자라 할 지라도 거부감이 안 생길 수 없다. 전투기 영화인 만큼 박진감 넘치는 비행 장면의 속도감이나 스릴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듯 아찔함을 선사하긴 한다. 그러나 첨단 과학을 자랑하는 무인 전투기가 여객기도 안 맞는 벼락을 맞아 통제 불능이 된다는 설정은 시나리오의 안이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이’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폭스는 예상외로 적은 비중에 너무 일찍 죽는다. 전투편대 3명 중 남녀 백인은 살아남아 사랑과 명예를 얻고, 불쌍한 흑인만 이 황당한 전투에 목숨을 잃는다. 과연 이 모든 허술한 내용과 미국 제일 애국주의를 2시간 내내 견딜 수 있을만한 관객이 국내에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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