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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州선거는 부시에 ‘경고장’

아놀드 슈워제네거(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의 결과를 놓고 미국 정계에서는 복기 작업이 한창이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나타난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정치판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주자가 당선됨으로써 공화당이 기뻐해야 할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캘리포니아주 유권자들이 단행한 심판은 그레이 데이비스(민주당) 전 주지사 개인에 대해서라기 보다는 38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주 재정적자 등 현재 연방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내린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데이비스 전 주지사가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를 고스란이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내년 재선에 나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 특정집단의 이익에 치우쳐 균형있는 정책을 펴지 못했다고 비난받은 데이비스 전 주지사에 대한 개인적 불신도 기업과 부유층에 편향된 부시 대통령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하락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캘리포니아주이다. 무엇보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정치권을 향한 캘리포니아의 민심이다. 캘리포니아주는 1992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패한 이후 2000년 대선까지 내리 세번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민주당의 최대 정치텃밭이다. 그러나 아무런 정치적 경험과 배경이 없는 슈워제네거를 선택한 것은 내년 대선에서도 뜻밖의 주자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징후이기도 하다.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던 슈워제네거에 빗대 웨슬리 클라크(민주당)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새삼 주목받는 것은 이런 점에서다. 공화당이 오히려 위안을 얻어야 할 것은 보수주의라도 온정ㆍ개방적 자세를 가진다면 민주당 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슈워제네거는 공화당원이지만 동성애자의 권익과 총기규제, 낙태 등에서 부시 대통령과는 상반된 진보적 공약을 내세워 민주당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했다. 어이없이 주지사 자리를 내준 민주당도 계산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중 가장 많은 54명의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당선에 필요한 270표 중 무려 20%를 점하고 있는 대선의 최대 표밭이다. 이번 유권자의 선택이 대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면 민주당의 정권 탈환은 그만큼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별다른 인적ㆍ물적 자원을 쏟아붓지 않아도 선거인단을 쓸어 담았던 과거와 달리 다가올 대선에서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 당장 다가온 부담이다. 다만 이번 선거의 메시지가 당 색깔이 아닌 범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민주당에게 다행스런 일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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