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商'을 잡아라] 외국인 對韓 직접투자의 새 대안 "中·홍콩등 중화권으로 눈 돌릴 때"美·유럽 버금가는 자본력 불구 국내투자 미미서방과 달리 장기투자 선호하는 자본 "매력적" 국내로 물꼬 트려면 폭넓은 교류부터 서둘러야 /홍콩ㆍ타이베이ㆍ자카르타=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중국,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 중화권으로 눈을 돌릴 때다.” 3조달러 이상의 자본을 가진 화상(華商)이 외국인들의 대한(對韓) 직접투자(FDI)의 비상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2분기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FDI)가 전년 동기에 비해 25%나 급감한 15억1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자 증권계 일각에서 “외국인도 떠나느냐”는 우려가 나오며 제기된 주장이다. 당시만 해도 별반 주목을 끌지 못했던 중화권 대안론은 3분기에 들어서도 FDI 실적이 반등할 기세를 보이지 않자 산업자원부 등 정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3분기 FDI 실적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의 새로운 유치대상으로 화상이 각광받는 주요인은 미국ㆍ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투자는 극히 미미했기 때문.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본격화된 지난 62년부터 올 6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FDI는 총 1,085억달러로 이 가운데 미국(328억달러), EU(337억달러), 일본(159억달러) 등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대한 투자는 17억달러에 불과하다. 중화권 전체로도100억달러 가량에 그친다. 특히 화교권 나라 중 국내 투자규모가 가장 큰 말레이지아(67억달러) 역시 조세회피지역인 라부안을 통한 서방자본의 국내 투자액이 포함된 것이어서 이를 감안하면 화교권의 실제적인 국내투자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태희 산자부 투자진흥과장은 “중국이 2002년 해외투자를 국책과제로 선정하고 ‘저우추취(走出去)’정책으로 이를 가시화하고 있다” 며 “중국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화상과의 관계가 중화권의 국내투자를 촉진하는 키(Key)”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타이완 등 화교권의 외환보유고가 1조달러 이상인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을 앞두고 있어 화상들의 해외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화상의 장기적 투자성향도 화교자본의 매력을 돋운다. 화상 전문가인 정성호 강원대 교수는 “화상은 인내력 있는 자본으로 장기투자를 선호한다” 면서 “단기적 투기성향이 짙은 서방자본에 비해 신규고용 창출 등으로 이어지?질 높은 자본”이라고 말했다. 실제 리원쩡 인도네시아 리포그룹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차이나타운 조성에 투자할 뜻을 밝히면서 “우리는 이 사업이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수익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며 “우리는 용감하게 이 시간을 버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상의 국내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교 친화형 경제ㆍ사회적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는 “화교는 인맥이 없으면 결코 지갑을 열지 않는다” 면서 “먼저 화상과의 폭넓은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동남아 등에 한류(韓流)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이 화상과 친분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차이나타운이 없는 한국의 현실도 화교자본 유치의 걸림돌로 꼽혔다. 양필승 건국대 교수는 “화상자본 유치의 실제적 창구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재에 밝으나 한국을 잘 모르는 화상에게 “한국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화상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국가IR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입력시간 : 2005/09/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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