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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보다 물가에 중점…이르면 3월 추가 인상 가능성

[기준금리 0.25% 인상] 거시정책 기조 바뀌나<br>미시대책만으론 인플레 심리 억누르기 역부족<br>尹재정도 "정책방향 물가안정 위주로" 밝혀<br>"이미 저금리 폐해…소잃고 외양간 고쳐" 지적도

13일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을 아직도 아쉬워한다. 당시 물가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음에도 추석 명절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을 뒤로 미뤘다. 이러는 동안 외국인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와 채권금리는 바닥을 향해갔다. 11월 뒤늦게 올렸지만 부풀어 오른 인플레이션 심리를 억누르기는 버거웠다. 물가는 뜀박질했고 통화정책의 실기(失機)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금의 물가 급등 상황은 한은이 불러왔다고 과언이 아닌 셈이다. 명절을 앞두고 열린 새해 첫 금통위. 사실 1월은 금융통화위원들이 '겨울잠'을 자는 시기다. 지난 1999년 기준금리를 대외에 공포하기 시작한 후 1월에 금리를 올린 적이 없다. 역으로 말하면 이번 금리인상은 한은이 지금의 물가 상황에 얼마나 엄중한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장에서 물가로'… 거시정책기조 변하나=소비자 물가가 3% 후반을 향하고 생산자 물가가 5.3%(지난해 12월 기준)까지 치닫는 동안에도 정부는 미시적 테두리에서의 물가 대책을 고집해왔다. 성장(5%)과 물가(3%)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시로 물가를 누르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A 민간연구원장)"라는 지적처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행동대장으로 나섰지만 한번 튀어 오른 물가를 억누르는 일은 역부족이었다. 한은이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에서 '확고히'라는 표현을 써가며 물가안정 의지를 밝힌 점이나 김중수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수속(收束)하겠다"는 말을 사용한 것은 성장보다 물가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대신 일단 한 마리 토끼(물가)부터 잡기 위한 '거시 정책기조'의 변화 조짐은 이날 당국 수장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과천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거시 정책을 물가안정을 확고히 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 역시 "물가 안정은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물가를 위한 거시 정책은 금리와 환율로 귀결되는데 환율은 기본적으로 기준금리의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 이날 환율이 많이 떨어지면서 당국이 개입에 나서기는 했지만 금리인상과 환율의 점진적 하락이라는 거시 기조 전환에 정부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르면 3월 추가 인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지적도=김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베이비스텝(baby step)'식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수속(收束) 하겠다"고 밝혔다. 아기 걸음처럼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지만 추가 금리인상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 안팎의 관측이다. 당초에는 분기에 0.25%포인트씩 올려 연내 3.5%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물가 오름폭이 커지면서 2차 인상의 시기가 예상보다 당겨질 수 있고 물가 상황에 따라서는 의외로 상반기 안에 두 차례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2월 경기회복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3월이나 4월쯤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국의 현실적 고충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움직임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위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물가 급등은 차치하고 금리인상이 늦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등 '저금리의 폐해'가 이미 가계에 뼛속 깊이 들어온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뒷북 치듯 정책을 구사,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일련의 상황은 통화 정책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움직일 경우 얼마나 큰 부담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풍경"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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