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 2층에서 서울 시내 초중고 학생 대표 4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안전 인권’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전 인권’은 안전할 수 있는 권리도 학생들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이라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서울 교육청에서 주최한 이번 원탁 토론은 학생안전문제의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토론해보고, 학생의 눈으로 토론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날 원탁 회의에 앞서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오늘 ‘안전인권’이라는 한 가지 단어를 제시하겠다”며 “학생들은 모두 ‘안전할 권리’가 있으며 기성세대에 대해 여러분은 안전할 권리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강연을 진행한 교육전문가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도 안전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유엔 청소년 평화상을 수상한 알렉스 밴구라 학생을 소개하며 “시에라리온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알렉스 밴구라는 안전인권을 위해 앞장섰다”며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안전 인권 운동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예비 안전인권 운동가로서 회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안전 인권’에 대해서는 생소해했지만 금세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회의는 8~10명씩 44개의 팀을 꾸려 진행됐다.
서울여고에 재학 중인 노정민(18)양은 “세월호 이후 학생들이 민감해져서 안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됐다”며 “이전에는 학교 행사나 수련회에 참여해도 수동적으로 하라는 대로 따라다녔지만 이제는 먼저 안전 문제가 될 여지에 대해서 얘기하고는 한다”고 학생들 사이에 달라진 인식을 전했다. 더 나아가 남지수(선일여중3년)양은 “모든 중요한 학교 행사에 학생들로 구성된 안전점검위원회를 두고 교사, 학부모 위주로 구성된 위원회에 학생 의견 반영비율을 30% 이상 확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들은 형식적으로 그치는 안전 교육에 대해서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체험 훈련을 필요로 했다. 42조에서 토론을 나눈 학생들은 “화제 비상벨이나 소화기를 가지고 분기마다 점검하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들도 교사들도 장난으로 대충 참여하는 훈련은 실제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저마다 느끼는 학교 생활 속 안전 위협을 비롯해 음란물, 성폭력 등 포괄적인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동국대부속여고에서 온 한 학생은 “사실 학생들이 느끼는 안전 위협은 너무도 다양하다”며 “많은 의견들을 전달했는데 이것을 어른들이 얼마나 제대로 기억하고 정책에 반영해줄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많이 갖고 학생들의 의견이라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을 끝까지 지켜본 송정기 강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생활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안전 문제도 학생들은 새롭게 바라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특히 안전 불감증에서는 아직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몸에 익히면서 안전을 생활화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서울 교육청은 이날 원탁 토론을 통해 제기된 의견들을 모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조례에 반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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