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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시대… 중산층을 키우자] <5>멀어지는 가족의 꿈

"적자인생 싫다" 결혼·출산 포기 늘어… 국가 미래까지 '먹구름'<br>대졸자 2명 중 1명은 캥거루족… 외환위기 이후 최악 청년실업률 탓<br>구직난에 첫 출발부터 삐거덕… 갈수록 뛰는 집값 부담도 한몫<br>양질의 청년 일자리 대폭 늘리고 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해야


대졸자 2명 중 1명은 캥거루족… 외환위기 이후 최악 청년실업률 탓

구직난에 첫 출발부터 삐거덕… 갈수록 뛰는 집값 부담도 한몫

양질의 청년 일자리 대폭 늘리고 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해야


가족을 주제로 한 예능의 홍수시대다. 부부, 부자, 모녀,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조합의 가족들을 다룬 프로그램들이 TV를 장악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가족해체에 대한 경고음이 요란하다. 취업·결혼·출산·육아·노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보니 가족은 곧 비용으로 환치된 지 오래고 TV 속의 화목한 가족은 '신기루'라는 탄식까지 나온다.

◇대졸자 2명 중 1명은 '캥거루족'=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내놓은 '캥거루족'의 실태는 가족 구성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졸업생들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캥거루족이란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청년들을 뜻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졸자(졸업 후 20~26개월 경과) 1만7,376명 가운데 51.1%, 즉 절반 이상이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캥거루족이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일자리다. 자신이 원하는 직장(정규직)에 다니는 캥거루족은 19.5%로 비(非)캥거루족(42.3%)보다 훨씬 낮았다. 과거에는 '고시낭인'으로 불리던 일부 고시준비 학생들이 주로 캥거루족으로 분류됐는데 요즘은 청년실업이 심각해 캥거루족이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게 개발원 측 설명이다.

그 심각성은 통계에도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9.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11.5%) 이후 가장 높았다. 질 낮은 일자리는 취업 의지도 꺾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일할 의지가 없고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족(NEETㆍ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비중이 15.6%로 터키(24.9%), 멕시코(18.5%)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오호영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대졸 신입사원 마켓은 30대 초반까지만 기회를 주고 실패시에는 주변부 시장에 평생 머무르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장을 직무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값 부담에 결혼ㆍ출산 포기=운 좋게 일자리를 잡아도 독립된 가족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다. 결혼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집이 필요한데 주거비는 턱없이 높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7월 현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5,208만원, 매매가는 5억835만원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전국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은 41.5%다. 지난해 7월의 36.5%에 비해 1년 만에 5%포인트 상승했다. 젊은층이 말 그대로 주거난민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집값에 대한 부담은 결혼기피뿐 아니라 출산·육아 포기로 이어진다.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지난해 6명으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21명으로 좀처럼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35~39세 고연령 산모 비율은 2011년 15.8%에서 지난 2·4분기 21%로 늘었다.

젊은 세대가 국가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이루는 꿈을 포기한다는 것은 국가 미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인근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장은 "청년세대의 안정적인 주거는 인구성장과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젊은 세대가 경제적 기반을 잡아야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만큼 신혼부부·사회초년생 주거지원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김정곤 차장(팀장), 최형욱 뉴욕특파원, 이상훈·이연선 차장, 박홍용·구경우·김상훈·이태규·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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