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지 않아요.” 8일 끝난 KLPGA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전에서 역전승을 기록, 한국 골프계 사상 시즌 최다승 타이인 5승을 올린 신지애(19ㆍ하이마트)는 담담했다. 대기록 달성의 기쁨이 너무 커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바탕 대소동을 겪고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뒤에 오는 허탈감이 더 큰 듯 했다. 이날 충북 청원의 실크리버골프장(파72ㆍ6,309야드)에서 펼쳐진 이 대회 최종 라운드. 분명 2타차 단독 선두로 36홀 경기를 마쳤으나 1라운드 기록 말소 결정에 따라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추락했던 신지애는 대회 기권까지 고려했다가 출전을 결정했다.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에 눈물까지 흘렸으나 소속사인 하이마트 선종구 사장의 격려전화에 힘입어 ‘결과에 승복하고 프로 선수답게 잔여경기를 치르겠다’고 결심한 것. 초반 3홀 답답한 파 행진을 거듭했던 신지애는 4번홀부터 3홀 연속 버디로 상승세를 탔고 후반들어 4개홀에서도 1타씩 줄여 보기없이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면서 합계 10언더파를 기록, 최나연(20ㆍSK텔레콤)을 2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 3,600만원의 우승상금을 챙겼다. 이로써 그는 지난 80년과 82년 구옥희(51)가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승(5승)과 타이를 이뤘으며 시즌 상금 3억2,500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억원을 돌파하게 됐다. 이 같은 신지애의 기록행진 덕분에 다소 가려지긴 했으나 이번 대회는 경기 진행상의 실수로 참가 선수 107명 전원은 물론 스폰서인 KB국민은행과 실크리버 골프장이 불이익을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얼룩졌다. 폭우로 순연됐던 1라운드가 이튿날 속개되면서 17번홀 티마크 위치가 달라진 점을 경기 위원회측이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1라운드 기록 자체가 말소됐기 때문이다.(본지 8일자 20면 참조) 이에 대해 홍석규KLPGA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경기분과위원회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으며 “조직을 재정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회 파행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나선 협회가 어떤 조치로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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