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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마음 아픈 이가 활력 얻는 공간 되길"

사재 털어 서울미술관 연 안병광 유니온제약 회장


"그림을 사서 모으는 것은 작품을 넘어 인품을 구입하는 것이라 작가의 삶에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재화적ㆍ자산적 가치도 소홀히 할 수는 없지요."

안병광(54ㆍ사진) 유니온제약 회장은 이 같은 철학으로 수십년간 자신의 미술품 컬렉션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번에 미술관 설립의 꿈을 이뤘다. 서울의 주요 갤러리가 밀집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과 평창동의 중간지점인 인왕산 자락 부암동에 지상3층 지하3층 규모의 '서울미술관'을 개관한 것.

안 회장은 22일 열린 개관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미술에 문외한이던 자신이 미술관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제약회사에서 5년, 의약품 유통업 25년을 합쳐 총 30년간 영업을 하며 병들고 아픈 이들, 그 곁에서 찡그리고 걱정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활력과 감성을 채워주고 소통과 만남의 장이 돼줄 미술공간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요 소장품으로는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우물가', 이대원의 '사과나무', 천경자의 '초원2' 등이 있다. 미술관 3층 건물의 옥상이 흥선대원군인 석파 이하응의 별장이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石波亭) 입구와 연결돼 있어 입장객은 덤으로 석파정까지 관람할 수 있다.

안 회장은 1만3,000평 규모에 한옥 3채로 이뤄졌고 600년 된 노송까지 품고 있는 석파정과의 인연에 대해 "2006년 경매에 나왔으나 두번 유찰됐다는 얘기를 듣고 입찰했다가 떨어졌다. 그런데 이듬해 원소유주가 찾아와 구매 의사를 묻길래 인연이라 생각해 약 65억원에 인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난 60년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석파정을 미술관 개관과 함께 공개하고 내부 산책로도 3분의1 이상 개방,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풍요로운 예술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문화재 지역이라 허가 받는 데만 5년, 미술관 공사에 2년이 걸렸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석파정과 재단법인 석파문화원을 함께 인수했고 부인 서유진씨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술관의 실질적인 전시ㆍ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관장에는 미술평론가인 이주헌씨를 영입했다.

서울미술관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다른 미술공간과 혼동될 수 있지만 서울을 대표하는 미술관을 만들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미술관은 오는 28일 개관과 함께 선보일 첫 전시로 이중섭ㆍ한묵ㆍ박고석ㆍ이봉상ㆍ손응성 등 근대화가 5인의 작품 70여점으로 구성된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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