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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영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3D프린팅 이야기] (2)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유력한 후보

장인정신과 대량생산 동시구현 가능


<사진: 3D프린터기로 출력한 다양한 제품들, 출처: 알리바마 닷컴>

지금까지 제조업계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두 개념이 존재했다. 장인정신과 대량생산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이 관계는 점점 구시대적인 개념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동안 제조업에 속해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어느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면 할 수록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가 통용되었다. 반대로 장인들이 직접 수공업으로 제작한 제품들은 인간의 물리적인 노동력으로 대량 생산하기엔 비용과 시간이 많이 투입됐었다. 기업도 비슷한 경험들을 했다. 가령 한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시장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아 대량생산으로 못 넘어간 제품들이 종종 있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몇몇 고객들을 위해 추가적인 생산을 한들, 이익보다는 비용이 더 크고 재고관리에 부담을 느끼기에 이런 제품들은 수면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3D프린팅이 등장하면서, 이런 제품들 역시 큰 부담 없이 출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왜 그런 것일까? 3D 프린팅을 활용하게 되면 어떤 제품을 1개씩 생산하건 100개 생산하건 100만개 생산하건 개당 제조비용은 변함이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또한 정밀한 제품이나 단순한 제품 둘 다 생산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동일한데, 컴퓨터는 사람이 아니라서 인건비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의 제조업 방식과는 다르게 제품을 만드는 시간도 적게 든다. 따라서, 장인정신과 대량생산이 만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고객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렇게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1인 창업기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괜찮은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에는 기업이 아닌 개인입장에서 해당 시제품을 생산해내기란 비용 및 시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3D프린터기를 활용하게 되면 이런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마음껏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창업환경이 구축되고 있다. 이미 쿼키, 셰이프 웨이즈를 비롯한 몇몇 웹 사이트에서는 이런 방식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고객들이 직접 만든 제품들을 팔고 있다. 3D프린팅 제품들이 거래되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이 하나 발생할 수도 있다. 인터넷, 운송수단의 발달, 그리고 세계화로 인해 한 제품에 대한 수요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세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래서 만약 3D프린팅으로 만든 제품이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수요가 급증하면, 이런 글로벌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라는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비록 최근 들어 과거의 영광은 못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계를 상대하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거대 공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들을 활용하면 글로벌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3D 프린팅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한 기존 공장들이 갖는 제약에서 벗어나, 첨삭가공은 디자이너들이 예전에는 너무 복잡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제품들을 엔지니어들이 그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보다 현실성 있게 생산하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예를 들어, 유체(fluids)는 흐르는 통로가 급격한 커브보다 부드러운 커브 일수록 더욱 효율적으로 흐르는데, 단단한 금속 구조물로 되어 있는 통로를 기존의 작업방식으로 둥그렇게 만드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가 있다.

하지만 3D프린터가 개입하면 달라진다. 최근 첨삭 가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기업 3T RTD는 레이싱 카의 기어박스를 프린트했는데, 드릴로 뚫은 직각 커브대신에 유압유(hydraulic oil)가 흐를 수 있도록 내부가 미끄러운 레이싱카의 기어박스를 프린트했던 것이다. 이 기어박스는 기어 변속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기어박스보다 30%나 경량화되었다.

마지막으로, 3D 프린팅은 제조비용을 절감해주는 차원, 그리고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간의 대립 각을 좁혀주는 차원에서 이득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제공한다. 바로 순간이동 기술이다. 이게 무슨 공상과학에서 나올 법한 소리를 하냐고 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실제로 가능하다. 본사가 미국에 있는 어느 제조 기업이 해외 연구소에서 막 개발한 신 부품을 받아보고 싶어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비행기나 화물 등 물리적인 수단을 활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보내야 하는데, 이 기업은 3D 프린팅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해외 연구소에서 CAD로 만든 3D 도면을 본사로 보내주면 본사에서 그걸 바로 스캔하여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 시장 수요에 무슨 일이 벌어졌든 간에 즉각적인 피드백과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다.

비행기 엔진까지 프린트가 되고 더 나아가 완성품 자동차도 찍어낼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세상이 다가올지 내심 기대가 된다. 하지만 마냥 낙관만해서는 안 되는데, 넘어야 할 장벽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발전 수준으론 엔진이나 휴대폰 같은 정밀하고 복잡한 물체들을 찍어내기엔 3D프린팅에 사용되는 소재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

그리고 최근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는 유투브에 플라스틱으로 3D프린팅한 총기를 제작했는데, 이게 실제 총기와 똑 같은 기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대 충격을 가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제작자는 3D도면을 온라인으로 공개하였고 이를 10만명이나 다운로드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불법총기 복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으며, 총기복제 방지법과 저작권법을 비롯한 관련 규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처럼 3D프린팅이 일상생활의 일부로 정착되기 위해선 우리가 치러야 될 수도 있는 사회적 비용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수행하는 주식시장에서도 그렇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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