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난 해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사회기반시설(SOC)사업들의 적자를 보전해 주는 데만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등 빠듯한 재정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거가대교 최소운용수익 보장(MRG) 등으로 시가 지난해 보전해 준 금액은 300억원에 달한다. MRG는 민자주체가 사업을 하다 당초 예상수익을 얻지 못하면 그 차액을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부산~경남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경우 77%의 MRG보장으로 지난해 230억원 가량을 적자보전 명목으로 민간 사업자에 지급했다. 또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에도 지난해 50억원을 지출하는 등 부산시가 작년에만 메워 준 민자사업 적자보전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0년치를 따져 보면 800억원이 민자사업 적자보전분으로 혈세가 지원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북항대교 개통 등으로 MRG 부담액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여력이 없는 부산시가 각종 SOC 사업을 민자로 추진하면서 민자사업의 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 도입한 독소조항인 MRG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부산 북항을 가로질러 동부산 지역과 구도심을 연결하는 북항대교 개통에 따른 MRG 부담액은 연간 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오는 21일 유료화되는 부산항대교의 통행료는 1,400원(소형 기준)으로 최종 결정됐는데, 개통 이후 지난달 말까지 이용 차량은 하루 평균 2만 1,600대가량으로 계획 통행량인 하루 4만 9,838대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민자사업자인'북항아이브리지와'의 협약에 따라 올해 MRG로 30억~40억원을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용 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내년에는 1년치 MRG가 100억원에 이르게 된다.
민자사업인 북항대교 운영기간이 총 30년임을 감안하면, 북항대교 한 곳에만 향후 15년간 최소 1,500억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부산항대교는 매년 물가인상분을 반영해 운영사가 통행료를 상향 조정할 수 있어 시민 부담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북항대교는 그렇다 쳐도, 현재 진행 중인 SOC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MRG가 적용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부산 서구 암남동 남항대교와 부산 사하구 감천항 배후도로를 잇는 천마산 터널(2016년 완공)과 해운대 지역과 경부고속도를 연결하는 산성터널(2017년 완공) 등 3~곳의 민자사업이 완공되면 부산시의 MRG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민자사업 적자보전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엄청난 재정부담을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는 줄어드는 데 MRG 등 민자사업 적자보전액이 해마다 늘어나는 구조여서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부산시가 그동안 무리하게 민자사업을 추진하는 탓에 시민 혈세로 민간업체들의 이익만 챙겨 주고 있다"며 "민자사업 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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