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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살리기와 봉제산업

동대문시장이 새해를 맞아 제2의 도약을 모색 중이다. 시장 상인들은 청계천 복원과 왕십리 뉴타운 건설 등의 호재로 동대문 상권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대형 패션몰은 매장 리뉴얼, 고급화, 신진 디자이너 육성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시장 상인들도 그동안 침체됐던 분위기를 털어내고 동대문시장 특유의 `창의력`과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의욕에 찬 모습이다. 동대문의 경쟁력은 `창의력`과 `스피드`라는 양대 축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때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대문 두타ㆍ밀리오레 등이 최근 큰돈을 투자해 신진 디자이너를 양성, 동대문시장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그동안 동대문패션이 고객들에게 외면당했던 것은 전에 보여줬던 참신함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상인들 스스로가 인정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 패션몰의 신진 디자이너 육성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동대문시장의 또 다른 축인 `스피드`에 대해 말하자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동대문패션은 기획(디자인), 원ㆍ부자재, 생산(봉제), 판매라는 4개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 과정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단 3일 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동대문만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전체 과정에 치명적인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 문제는 4개의 과정 중에서 현재 생산 부문, 즉 봉제산업이 위축됐다는 점이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봉제산업은 의류산업의 팽창과 함께 많은 인력이 종사했던 업종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3D업종으로 여겨지면서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인건비가 상승해 동대문패션의 단가 인상으로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낮은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봉제시장으로 인해 국내 봉제업체들이 대거 해외로 이전하면서 한국의 봉제산업은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동대문 상인들이 제품을 디자인해놓고도 생산(봉제)을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봉제산업의 몰락은 동대문패션의 쇠락이기도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시장이 나서고 있다. 봉제산업을 살려 `스피드`를 높이는 것은 누구의 몫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봉제가격 경쟁력 향상, 봉제인력 확보, 장인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 등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안길수 기자 생활산업부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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