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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확대서 자금 회수로"… 저성장에 IPO 패러다임 대전환

기업 상장 '신주발행' 대신 '구주매출' 대폭 늘려

금융위기 이후 6년간 공모액 중 12조 넘어 66%나

PEF 등도 입김 세져… "자본시장 늙어간다" 우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자리하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시장 상장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 기업 상장은 투자 확대를 겨냥한 신주발행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최근 기업들은 자금회수에 초점이 있는 '구주매출(상장시 모회사·대주주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25일 한국거래소를 통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02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총공모금액은 22조87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6년간(2009~2014년) 공모액 18조5,976억원 중 구주매출을 통한 IPO가 12조2,231억원에 달하며 65.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IPO를 실시한 기업 66개사 중 절반을 넘는 34개 업체가 구주매출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2005년부터 금융위기가 발발해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를 연 2008년까지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의 총공모액 3조4,902억원 중 구주매출 규모는 4,420억원으로 12.66%에 그쳤다. 이 기간 36개 기업이 상장에 나섰지만 구주 매각에 나선 곳도 단 6개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상장사 6개 중 5개가 구주매출을 실시하며 공모액의 80%인 2조7,863억원을 조달하고 올 상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인 NS홈쇼핑도 100% 구주매출 방식으로 공모를 단행해 IPO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는 가속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선 '신주 발행→자본 유입→투자 확대→기업 성장'이라는 상장의 기본 명제가 흔들리면서 자본시장도 늙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진우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장을 통해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투자할 마땅한 먹거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투자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보다는 경영권 승계·상속 등 지배구조 재편 등을 목적으로 자금 회수형 상장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 상장이 신주발행에서 구주매출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저성장 국면에서 신규 자금 조달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연스런 변화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정부 역시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면서 기업 상장시 구주매출의 문턱을 대폭 낮춘 바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IB(투자은행) 대표는 "경기 하락 속에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이 자회사를 상장하면서 일부 지분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며 "구주매출을 통한 투자금 회수 방식은 '초기 투자→투자기업 성장→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에 이르는 자본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른 사모투자회사(PEF)와 벤처캐피탈(VC)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IPO에서 구주매출 방식의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IPO 시장의 대어인 이노션과 LIG넥스원은 PEF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자금 회수가 상장의 주된 목적이어서 신주발행보다 구주매출 비중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경보제약·SK루브리컨츠·금호HT 등도 모회사의 기존 보유 지분을 공모하는 형태로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PEF나 VC의 투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의 투자 회수 작업이 (IPO에서) 구주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IPO 방식의 변화와 관련해 "구주매출은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공모가격이 다소 높게 설정돼 상장 이후 일반 청약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상장사 입장에서도 신규 자금 유입이 적어 기업가치가 제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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