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경이 만난 사람] 이석우 카카오톡 공동대표

카톡 최우선 가치는 모바일 플랫폼… 성공신화 이제부터 시작



설립 5년 만에 월 매출 첫 흑자

벤처캐피털·게임업체 등서 투자… 자금부담 덜어 상장 필요 못느껴

내년 상반기 카카오페이지 서비스

누구나 쉽게 콘텐츠 유통해 수익… IT시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


노랑 바탕에 초콜릿색 말풍선. 2012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무엇보다 친숙한 존재다.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수다를 떨고 때로는 업무 지시를 내리고 무료로 전화를 건다. 국민 게임으로 등극한 '애니팡'의 성공도 카카오톡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10MB 남짓한 용량의 이 애플리케이션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현재 6,600만명. 지인들끼리 친숙한 말로 '문자해'라는 인사말을 '카톡해'로 바꾸게 한 것도 카카오톡이지만 정작 회사는 그동안 적자에 시달렸다. 폭증하는 가입자에 대응하느라 서버 임대료는 날로 늘어갔고 간혹 서비스가 먹통이라도 되는 날에는 이용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그런 카카오톡이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낼 모양이다. 지난 9월에는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지급했다.

카카오의 성공은 국내 IT벤처기업의 역사에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NHNㆍ다음ㆍ엔씨소프트ㆍ넥슨 등 이른바 '벤처 1세대'의 쟁쟁한 틈바구니 속에서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혁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적어도 아직까지는 카카오에 아낌없이 박수를 줘야 할 때다.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 판교사옥에서 만난 이석우(46·사진) 카카오 공동대표는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소홀한 측면도 있었지만 지금도 카카오톡의 최우선 가치는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의미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며 "카카오톡의 성공 신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9월에 월 매출로 처음 흑자를 냈다. 2006년 12월에 회사를 세웠으니 거의 5년이 걸렸다. 10월과 11월에는 더욱 큰 폭의 실적을 거둬 올해는 연 매출에서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바로 올 8월에 선보인 카카오톡 내 게임 서비스 '게임하기' 덕분이다. 대표 게임인 애니팡은 국내 누적 가입자 2,000만명에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300만명에 달한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애니팡을 하는 사람만 1,000만명을 웃돈다.

"카카오톡은 이전에도 이모티콘ㆍ카카오스토리ㆍ플러스친구 등의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수익 모델을 고민했다기보다는 모바일 시장에서 의미 있는 플랫폼이 돼보자는 생각에서였죠. 그 중의 하나가 게임이었는데 생각보다 잘돼서 임직원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애니팡의 경우 혼자서 하면 일주일도 못 가서 금방 질리는데 카카오톡 친구와 경쟁을 하니까 계속 재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 게임의 인기를 실감한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게임 서비스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만큼 세간의 관심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카카오톡이 게임 서비스를 놓고 게임업체들을 '줄 세우기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카카오가 게임을 선정하는 기준은 크게 2가지입니다. 우선 게임 자체의 재미가 있어야 하고 여러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특징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게임하기 서비스가 이렇게까지 크게 성공할지 몰라서 입점을 희망하는 모든 게임을 다 받아줄 여건이 안 됩니다. 담당하는 직원도 4명밖에 없어서 현재 인력을 보강 중입니다. 앞으로는 평가방법이나 절차를 개선하고 공정성을 보강하기 위해 외부 평가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게임 업계 다음으로 카카오를 예의주시하는 곳은 증권가다. 2006년 설립 이래 카카오의 누적 적자는 2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게임을 공급한다는 소문만으로 게임업체의 주가는 희비가 엇갈리는가 하면 서버를 빌려주는 통신망업체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이 대표는 그러나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주식상장에 대해서는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9월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206억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올 4월에도 중국 텐센트와 국내 게임업체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각각 720억원과 2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올해는 흑자 전환까지 바라보는 등 자금 부담을 상당히 덜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투자를 희망하는 곳도 가끔 있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있고요. 인수합병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략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제휴를 할 수 있지만 매각 계획은 당분간 없다는 게 카카오의 기본 방침입니다."

이 대표는 요즘 내년에 선보일 '카카오페이지' 준비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유료로 유통하는 개방형 콘텐츠 서비스다. 카카오는 이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에 세계 최초로 내놓을 계획이다.

"인터넷에 있는 콘텐츠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꾸준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ㆍ카페 등 기존 온라인에서는 무단 복제가 많아 정당한 대가를 받고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시대가 활짝 열린 지금 콘텐츠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유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려면 앱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이상 수천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카카오페이지는 그래서 탄생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원스톱 콘텐츠 솔루션'을 지향한다. 유통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유료이고 콘텐츠 내용은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나만의 요리법이나 강아지 산책시키는 방법도 좋고 여행기나 영화감상평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도록 개발도구를 제공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 콘텐츠를 모바일에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각종 앱 장터에 광고를 올리는 수고도 들어주고 마케팅도 지원해 콘텐츠 본연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유료로 유통시키는 것은 콘텐츠의 가치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콘텐츠를 구입하면 무료로 하나를 더 제공합니다. 일종의 '1+1' 행사인데 덤으로 받은 콘텐츠는 카카오톡 친구에게 줄 수 있습니다. 각 콘텐츠는 페이지마다 댓글을 달거나 평가할 수 있고 내 카카오톡 친구가 어느 콘텐츠를 선택했는지도 알려줍니다. 게임이 아닌 콘텐츠 시장에서도 애니팡 같은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을 디딤돌 삼아 다른 곳에서 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 3년 내에 수익 내는 콘텐츠를 100만개 이상 확보할 계획입니다."



카카오페이지는 당장 내년 국내 IT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한다는 발상은 좋지만 불법 복제 등 저작권 문제와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 유통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여겨지는 콘텐츠는 자체 관리∙감독을 통해 걸러내고 애매한 경우는 포털업체의 방식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기존 인터넷에서도 불법 및 유해 콘텐츠가 올라오면 자체 모니터링과 신고, 저작권자 요청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서비스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통신 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망중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카카오톡은 올해 무료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을 출시하면 국내 이동통신과 적지 않는 대립각을 세웠다. 망중립성은 포털, 게임 업계와도 예민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어서 내년에도 국내외 IT 산업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 업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공평하게 통신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그래야 카카오 같은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인터넷 업계와 통신 업계가 꾸준히 대화를 하면서 이견이 많이 좁혀졌습니다. 조만간 좋은 합의점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어이름 호칭 통일… 위계질서 없애고 수평적 토론문화 만들었죠

기자·미국 변호사 거쳐 IT 업계 입문

"실패보다 실행하지 않는 것 경계해야"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비노(Vino)'라고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닌다. 스페인어로 와인이라는 뜻이지만 카카오 직원들은 이 대표를 '사장님'이 아닌 '비노'로 부른다. 내부적으로 직급과 직함이 있지만 영어 이름으로 모든 직원의 호칭을 통일한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각 조직마다 불필요한 위계질서가 없어지고 수평적인 토론문화가 생겼다.

학창 시절 역사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언론사 기자와 미국 변호사를 거쳐 IT 업계에 입문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미국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 국내에 들어와 IBM에서 사내 변호사를 일한 것이 운명을 바꿨다. 이후 NHN 법무담당 이사, 미국법인장 등 줄곧 NHN에서 근무하다 한게임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요청으로 지난해 카카오에 둥지를 틀었다.

이 대표는 "김범수 의장에게 '뭐 갖고 돈을 벌 계획이냐'고 물었는데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불확실성도 컸지만 카카오가 내세우는 기본 가치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게임ㆍ포털 등 다른 인터넷 업체에 비해 월등히 연봉이 높거나 복리후생이 뛰어난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오전10시에 출근하고 오후7시에 퇴근해 업무강도도 세다. 그런데도 카카오에 입사하려는 직원은 늘 넘친다. 지난해 초만해도 25명이었던 임직원은 최근 270명을 넘어섰다. 그마저도 이제는 아무나 못 들어가는 회사가 됐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성남으로 이사온 지 2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또 사무실을 옮겨야 한다"며 "모두들 카카오톡의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도 새로 채용하는 직원들을 면접하느라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낸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춘 구직자를 만나면 힘이 덩달아 나지만 때로는 요즘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안정적인 일만 추구하는 것 같아 걱정도 든다. 이 대표는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회사든 개인이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실패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실행하지 않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력

▦1966년 서울▦1984년 광성고 졸업▦1988년 서울대 동양사학 학사▦1991년 하와이주립대 대학원 사학 석사▦1997년 루이스앤드클라크대 대학원 법학 박사▦1999년 IBM 법률고문실 사내 변호사▦2004년 NHN 법무담당 이사, 미국법인장▦2011년~ 카카오 공동대표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