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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장 선출 기준은 충성도?

청와대를 출입하기 전 기자는 적지 않은 기간 금융단 관련 업무를 경험했다. 구조조정의 험난한 시기였지만 금융단 출입의 백미는 역시 은행장 선출 과정이었다. 은행장은 단순히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시장과의 조화, 때로는 정치적 결단력 등 간단하지 않은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행장 선출 과정은 시장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인맥ㆍ학맥에 따라 철저하게 움직여왔다. 금융시장이 여전히 선진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행장 인사인 기업은행장 선출은 이런 후진적 선출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 축소판이었다. 전임 행장의 영결식이 끝나기도 전에 관료사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후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이번 선출 과정 동안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청와대와 관료들의 모습은 ‘지저분하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른바 ‘관료사회의 규율’은 무너졌고 시장을 지탱하는 두 축이라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추악한 자리다툼만 연출했다. 시장을 지휘, 감독해야 할 금감위는 인선이 끝나기도 전에 승진파티에 신이 났다. ‘떡고물’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청와대 인사들의 모습도 개운치 않았다. 물론 이런 모습이야 아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인사 개입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이 중도 포기를 선언한 결정적인 이유는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 금융지원을 둘러싼 청와대의 알력은 인선 과정에서 해명이 됐다. 그러나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들어오라는 제의를 거절한 것, 이로 인해 ‘로열티(충성심)’가 부족하다는 평가로 이어진 청와대의 판단에 그를 추천했던 경제부총리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앞에서 현 정부가 화려하게 내걸었던 공모제는 사라졌고 경제사령탑의 존재 가치도 무시됐다. 다음 정부에서도 이런 비뚤어진 인사 관행이 되풀이될까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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