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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버지니아 공대와 옛 선생님들

우리가 학교에 다니던 40~50년 전을 ‘옛날’이라고 해서 무리일 것은 없다. 그 세월 동안에 있었던 변화는 과거 100년, 200년 동안의 변화보다도 더 컸을 것이므로. 지난 반세기 동안 교육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외형적으로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발전적 변화를 했다지만 내면의 고민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과거에 비해 퇴보와 혼란을 더하고 있다고 본다. 옛날 초등학교 때 우리 담임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 내내 교과서는 열지도 않으시고 이야기만 하다 수업을 끝내신 일도 있다. “얘들아, 우리 집 돼지가 어젯밤 새끼를 10마리나 낳았는데 선생님은 밤새 새끼를 받느라고 한잠도 못 잤단다. 잔칫날 황천으로 갈 뻔한 어미 돼지가 (여기서 아이들은 깔깔 웃는다) 은혜라도 갚겠다는 듯 어제 새끼를 낳았으니 모두 팔면 빚을 갚고도 남게 됐지. 그렇지만 선생님은 새끼 돼지 2마리는 팔지 않고 길러서 또 새끼를 낳게 할 테고 우리 집은 이제 돼지를 잘 길러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부자가 되는 길을 마음속에 익히고 있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시는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은 좁쌀 한 말의 좁쌀 개수를 세는 오성과 한음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지혜와 궁리, 거기에 수학의 원리를 배운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은 어느 날 미술교육은 하지도 않으시고 수업시간 내내 오 헨리의 ‘20년 전’ 이라는 소설을 이야기해주셨다. 20년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 두 친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는데 한 친구는 경관이 됐고 또 한 친구는 범법자가 됐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미술선생님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느끼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다. 그런 선생님들 밑에서도 우리는 대학에 가고, 직장을 잡기도 하고 지금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다. 만약 지금의 학교에서 입시에 쫓기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내내 돼지 새끼 낳는 이야기나 한다면 일부 똑똑한 학생들에 의해 당장 고발조치되고 선생님은 교단에서 쫓겨날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의 교실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아마 시험 선수를 양성하는 끊임없는 지식주입교육, 상대를 꺾어야 살아남는 생존법칙의 교육을 받느라 학생들은 숨막히는 교실에서 신음하고 있을 것 같다. 버지니아공과대학이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는 모르지만 그 학교 학생이 된 것만으로도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는 표현을 했던데 과연 적자생존의 방법만을 배우며 ‘부자’가 ‘적’으로 보인 그에게 사람이 살아나가는 가장 행복한 방법을 가르치는 이야기 선생님들은 계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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