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한국인들이 비자 없이 미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만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로 적용시점이 늦춰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가입됐다가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문제는 미국 내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 6일 무역협회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미국 내 한국인 체류자는 모두 200만명. 이중 불법 체류자가 약 25만명(12.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불법 체류자는 2005년 18만명에서 지난해 25만명으로 급증, 미국 내 불법체류 국가 중 7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서명, 최종 입법된 9ㆍ11 국토안보강화법에 의하면 VWP 수혜국가의 불법체류자 비율 상한선을 국토안보부 장관이 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수혜자격을 박탈하도록 돼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불법체류자 비율 상한선을 10%선에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돼 불법체류자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이 비자면제국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수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아르헨티나는 VWP를 악용하는 사람이 급증했고 결국 비자면제국 지위를 박탈당했다. 당시 미국 내에 아르헨티나 불법체류자들이 크게 늘어 불법체류자 비율 상한선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측은 내년 중 비자면제국으로 지정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VWP는 비자 거부율이 10% 미만이면 적용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에 불법체류자 비율 상한선을 반드시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다만 2년 뒤 면제 대상국으로 갱신을 할 경우 불법체류자 비율이 높으면 지위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등의 선례처럼 한국이 내년 하반기에 비자면제 수혜국가로 지정된다 해도 높은 불법체류자 비율(12.5%)을 낮추지 못할 경우 수혜자격이 박탈될 수 있으며 아예 처음부터 VWP 적용시기가 늦추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토안보부의 통계 발표에 따르면 2006년 미국 내 전체 불법체류자 규모는 총 1,155만명(2006년 1월 기준)이며 이 가운데 멕시코(657만명), 엘살바도르(51만명), 과테말라(43만명), 필리핀(28만명), 온두라스(28만명), 인도(27만명)에 이어 한국(25만명)이 7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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