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의 중국어 표기를 ‘首爾(서우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은 중국인 사이에 서울과 한성이 혼용되면서 많은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로 보낸 우편물이 한성대학교로 잘못 배달되거나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인 ‘서울상사’와 ‘한성상사’가 모두 한성상사로 불려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혼란이 일어났다. 시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각국의 도시 이름을 나름대로 해당국가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면서도 서울(SEOUL)은 실제 발음과 동떨어진 ‘한청(漢城)’을 계속 사용해 국내외적으로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경된 표기가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도시명칭 표기를 바꾸는 것은 국제기관 등록 등과 같은 절차가 필요 없는 그 나라나 도시의 고유 결정사항이지만 파급효과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어 표기는 정치ㆍ경제적, 특히 관광산업에서 교류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중국과 중국문화권에 영향이 큰 사안이다. 시는 중국 등 관련 국가 정부에 협조요청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나 표기 변경에 따른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성’이라는 말에 익숙해 있는 중국문화권에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 중국인 유학생 등 1,440명을 대상으로 중국어 표기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극 찬성 32.2% ▦반대 44% ▦무관심 24% 등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시는 국내외 홍보와 각종 간행물이나 표지판 표기 변경이 시급하다고 보고 각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외교채널을 가동, 중국문화권 정부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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