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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삼성 앞에서 고양이 전락
입력2005-06-07 11:44:36
수정
2005.06.07 11:44:36
'사자 앞에서 야성을 상실한 호랑이'
올시즌 예상을 깨고 꼴찌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기아가 삼성과의 지독한 천적 사슬이라는 또다른 늪에 한없이 빠져들며 나날이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기아는 6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삼성과의 시즌 9차전에서 게임 중반까지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져 결국 4-12로 패했다.
기아는 이날 6회까지 3-2으로 앞서나가며 지긋지긋한 '삼성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신용운이 중간 계투로 등판한 7회에만 홈런 3방을 포함해 11안타로 무려 10점을 쓸어담은 삼성의 집중력 앞에서 다시 한번 속수무책 무릎을 꿇었다.
기아는 이로써 올 시즌 대(對)삼성 전적 9전 전패라는 수모에 몸서리를 쳤다.
기아는 지난 4월12일 삼성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마지막 9회 마무리의 난조로 6-7로 역전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4차례의 1점차 승부를 모두 상대에 헌납한 것을 비롯해 광주와 대구를 오가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아 선수들은 삼성만 만나면 괜스레 주눅이 들어 이기던 경기도 번번이 내주고, 반대로 삼성 선수들은 기아만 보면 이유 모를 자신감이 용솟음쳐 지던 경기를 뒤집기를 밥먹듯 한다.
지난 4일 경기만 하더라도 호투하던 김진우가 3-2로 앞서던 6회 갑자기 흔들리며 역전패를 당한 것이 좋은 예.
또 5일엔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를 출격시켰지만 박한이와 양준혁을 내세운 상대의 화력을 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올 시즌 뚜껑을 열기 전만 하더라도 '무적함대' 삼성을 견제할 유일한 전력으로 평가받던 기아가 이처럼 철저하게 '사자밥'으로 전락한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
삼성이 전통적으로 기아의 전신인 해태의 벽에 막혀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이다.
게다가 삼성의 감독이 광주가 배출한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인 선동열이니 기아로서는 얄궂은 운명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삼성 수석 코치 시절부터 기아에 강한 면모를 드러낸 선동열 감독은 본의 아니게 번번이 친정팀을 울리고 있는 데한 난감함을 하소연하는 한편 "워낙 오랫동안 몸 담았던 팀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팀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로 기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양팀이 내달 5일부터 사흘간 전반기 마지막 재대결을 갖는 가운데 기아가 과연 어느 시점에 발목을 옥죄고 있는 삼성이라는 강력한 사슬을 끊을 수 있을 지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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