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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신화' 막 내리나

'조치훈 신화' 막 내리나 日 7대기전 무관 전락 위기 「조치훈 신화」가 막을 내리고 있다. 조치훈9단(44)은 최근 일본기전 랭킹 2위인 명인전 도전기 제3국에서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에게 3연패 수모를 당하며 일본 7대기전 무관으로 전락할 지경에 놓였다. 40년 바둑인생에서 지난 94년 재기 이후 최대의 위기이다. 지난 62년 6세의 어린 나이에 「일본에 가면 맛있는 초콜릿, 사탕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따라 대한해협을 건너간 조9단. 그는 20년뒤 일본의 바둑사를 다시 쓰게 된다. 지난 80년 24살의 나이로 명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83년 일본 바둑사상 최초로 일본 3대 기전을 모조리 휩쓰는 「대삼관(大三冠)」을 달성했다. 96~98년에는 기성·명인·본인방을 모조리 거머쥐어 무려 「3년 연속 대삼관」을 기록했다. 98년 조9단은 「본인방 10연패」라는 대기록도 추가한다. 조국의 팬들은 조9단이 단기필마로 일본 바둑계를 휩쓰는 것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더구나 그가 성공과 좌절의 굴곡마다 보여준 불굴의 투지는 전율마저 일으켰다. 62년 도일때 어린 치훈은 린하이펑(林海峰)6단과 기념대국에서 당돌하게 팔짱을 끼고 바둑을 벌여 화제가 되었다. 실은 경솔하게 손이 나가는 동생의 습관을 염려한 형 상연의 충고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난 86년에는 한참 전성기에 조9단은 영문모를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생의 숙적」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과 기성전을 놓고 휠체어 대국을 벌여 『목숨을 걸고 둔다』는 좌우명을 남겼다. 뒷날 이 사고는 일본 극우파의 테러행위로 밝혀졌다. 기성위를 빼앗긴 조9단은 슬럼프에 빠져 10년 가까이 술로 방황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모두의 뇌리에서 잊혀질 무렵 그는 94년 역시 기성위를 재탈환하면서 멋지게 재기한다. 부친 고 조남석씨의 임종은 물론 발인에도 참석하지 못한 일화도 유명하다. 고바야시9단과 기성전 도전기를 벌이는 조9단을 염려해 가족들이 부친의 타계 소식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보다 바둑이 우선이다』는 부친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결과이다. 대국이 끝난 뒤 서둘러 귀국한 조9단은 부친의 영전에 분향한 뒤 무릎을 꿇고 앉아 30분 동안이나 꼼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숱한 일화를 남긴 조9단도 요다에게 명인을 빼앗기면 타이틀이라곤 조그만 NEC배 하나밖에 없다. 더불어 조치훈시대도 사실상 끝이 난다. 물론 과거 「3연패 뒤 4연승」으로 타이틀을 딴 적도 많지만 현재 조9단은 급속도로 노쇠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성기에는 막판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귀신같은 착수로 상대방의 기를 질리게 만들더니 이제는 치명적인 실수가 빈번하다. 기적을 바라는 팬들의 열망에도 세월 앞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도전7번기 제4국은 11·12일 일본 다카사키(高崎)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형욱기자 입력시간 2000/10/10 18:1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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