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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인 협상력 골찌' 불명예 벗어나려면…

"자기 이익만 추구 말고 대안갖고 나서야 협상 주도" <br>브렛 美노스웨스턴대 교수 충고


지금부터 5년 전인 지난 2002년 4월 한국 정부당국과 채권단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측과 대우자동차 매각의 본계약을 체결한다. 매각가격은 현금출자 4억달러를 포함해 총 20억달러. 잠시였지만 한국경제의 골칫덩어리를 처리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실상 이 장면은 ‘한국 협상력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굴욕의 순간이었다. 이보다 2년 앞서 2000년 우선협상자였던 포드가 제안했던 대우차 인수희망가격은 70억달러였다. 전문가들은 대우차 매각과정을 둘러싼 포드와 GM 간의 인수협상을 우리나라 비즈니스 협상 실패의 전형으로 꼽았으며 지금도 협상의 중요성을 알리는 주요 연구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말 것”=대우차 매각 협상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결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진 브렛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인들이 경계해야 할 점은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이익을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접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차 매각 협상 때도 우리나라 협상팀은 포드의 70억달러 제안에 들뜬 나머지 이를 언론 등에 흘림으로써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 것은 물론 스스로도 탄력적인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지를 축소시켰다. 브렛 교수가 지적하는 “‘최선의 대안(BATNA)’에 대한 개념 부재”도 협상력 강화의 걸림돌이다. ‘최선의 대안’이란 한마디로 협상이 결렬됐을 때를 대비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 대우차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포드가 모든 제안을 거둬들이고 철수했을 때 우리 정부와 채권단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단독 협상자 자격을 부여해줌으로써 제2, 제3의 협상후보자를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GM이 포드를 뒤이어 인수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협상’이라는 표현을 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조건을 GM이 원하는 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대안이 있어야 협상 주도력 생겨”=90년대 말 외환위기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협상력 부재로 다수의 기업을 헐값에 외국자본에 넘겨줘야 했다. ‘눈물의 비디오’로 유명한 제일은행은 2000년 1월 뉴브리지캐피털에 단돈 5,000억원에 팔렸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은행 매각 협상 테이블에 외국자본과 인수합병(M&A) 협상을 해본 우리측 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었던 점이 헐값 매각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을 2005년 4월 3조4,000억원(정부지분 포함)에 스탠더드차타드은행에 매각했다. 경험 부족이나 원칙 부재는 요즘에도 기업들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한화석유화학은 7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한화석화가 중동 특정 국가에 6조~7조원을 들여 합작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협상 상대방이 “이러면 같이 일 못한다”며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협상 상대방과의 ‘비밀준수협약’ 위반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한화석화는 즉시 중동으로 달려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최철균 세계경영연구원 협상스쿨 부원장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협상력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서 콤플렉스를 느낀다”며 “누구라도 협상에 대한 훈련을 받고 충분히 준비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브렛 교수의 연구 대상 16개 국가 중 한국이 ‘협상 주도력’ 부문에서 꼴찌의 불명예를 안은 것과 일치한다. 브렛 교수는 “협상을 진행할 때 그 협상력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그 기업의 사회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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