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덮친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옥수수와 밀 등 곡물 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쌀값도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쌀값이 앞으로 3개월 동안 최대 10%가량 뛸 수 있다"고 상품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쌀값 상승이 거론되는 것은 주요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이 수출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도 기상청은 올 7~9월 몬순(우기) 시즌의 강우량이 예년보다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는데 이럴 경우 쌀 작황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인도는 지난해 9월 3년간 이어진 쌀 수출금지를 해제해 쌀값 안정에 크게 기여해왔으나 작황부진을 이유로 올해 다시 수출제한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태국의 경우 쌀 생산량에는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취임한 잉락 친나왓 총리가 농가 수입증대를 명목으로 시세보다 비싼 값에 쌀을 대거 수매해온 탓에 당장은 정상적인 수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안정세를 보이는 쌀시장에 투기나 매점매석이 일어날 경우 급격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패닉 장세가 시작되면 수급과 관계없이 단기적으로 쌀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내 농가로부터의 쌀 수매량을 늘렸으며 필리핀도 민간 무역업자들에 수입물량 증대를 요구하는 등 각국 정부도 쌀값 급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의 필립 맥니컬러스 이사는 "쌀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특히 심각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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