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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극통화구도와 한국의 선택
입력1999-11-29 00:00:00
수정
1999.11.29 00:00:00
엔화의 놀라운 부활로 유로·달러·엔 순서이던 3대통화 시세가 엔·달러·유로의 순으로 바뀌고 있다. 3대통화간에 처음으로 1달러=1유로=100엔 구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통화체제가 엔·달러·유로 순위의 3극체제로 지각변동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3대통화질서의 구조 변화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엔화의 초강세다. 엔화의 화려한 변신뒤에는 일본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있다. 일본경제는 지난 2·4분기에 0.1% 성장한데 이어 3·4분기에는 0.6~0.9%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경제가 수년간의 침체끝에서 살아나면서 도쿄증시에 외국인투자가 급증하는 등 엔화표시 금융상품도 옛명성을 회복, 엔화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미국경제는 지난 3·4분기에 5.5%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3,000억달러를 넘어선 무역적자의 급증세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일본경제가 휘청거릴 때는 엔화약세를 용인했지만 일단 회복세가 가시화된 만큼 미국은 엔고를 방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도 경기회복을 위해 내심 유로약세를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따라서 엔화강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으로선 지나친 엔고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우려, 시장개입에 나서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이해가 다르므로 삼각공조체제를 구축하기는 힘들 것이다.
엔화가 조만간 100엔선을 돌파, 슈퍼엔고시대가 다시 오거나 적어도 달러당 105엔대 내외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어쨌든 엔고는 현재의 우리 경제로선 반가운 손님이다. 경기회복과 국제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압력을 엔고 덕분에 완충할 수 있게 됐다. 금리를 올리는 대신에 어느 정도의 원화강세를 용인하고 있는 가운데 때마침 엔화가 급등, 수출경쟁력유지의 마지노선인 원/엔 환율의 10대 1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선다변화제 철폐이후 대일 수입이 급증하는 바람에 이번 엔고의 혜택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엔고가 준 경제운용의 여유와 수출경쟁력유지의 행운을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에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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