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 (1부-3) 싱가포르의 생산기지 '바람'

원숭이 들끓던 섬이 산업단지 탈바꿈





싱가포르 남쪽 해협에서 약 20㎞ 떨어진 인도네시아령 바탐섬. 싱가포르의 하버프런트역에서 고속 페리를 타면 50분 만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개성까지 가는 데 1시간 남짓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 바탐섬은 10년 전만 해도 해안가와 습지 주변에 있는 몇 개의 어촌과 판잣집이 전부인 한적한 섬이었다. 하지만 지난 89년 자유무역지대로 선언되면서 개방되자 외국인 투자가 ‘밀물’처럼 들어왔다. 원숭이 떼만 가득했던 섬 곳곳에는 공단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고 곳곳에서 포클레인 소리가 요동을 쳤다. 바탐섬 안에는 이미 26개의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섰으며 필립스ㆍ시바비전ㆍ엡손ㆍ슈나이더 등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현지 전자부품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현재 입주해 있는 외국기업은 모두 920곳. 이 가운데 40%가 싱가포르 회사들이다. 바탐섬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투나스 산업단지의 토마스 루디 마케팅 담당 이사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기업들이 바탐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입주업체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공장뿐 아니라 북부해안을 따라 고급 골프 리조트와 컨벤션센터 건립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바탐섬이 제2의 싱가포르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미래 ‘바탐섬’=바탐섬이 본격적으로 싱가포르를 위한 제조기지로 부상한 것은 2004년부터 발효된 미국과 싱가포르간 자유무역협정(FTA) 이후부터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싱가포르와의 협상에서 원산지 규정의 특례를 인정했다. 대상은 IT와 의료 관련 제품 등 266개로 제한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것과 같은 형태다. 한국은 미국과 체결한 FTA 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진전될 경우 개성공단을 역외가공공단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선에서 합의된 반면 싱가포르는 이미 미국과의 FTA에서 이 같은 원칙을 적용받고 있다. 싱가포르가 미국을 상대로 외국의 부품을 들여와 자국 내에서 조립만 하면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받는 ‘ISI(Integrated Sourcing Initiative)’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바탐섬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판로를 개척해주는 것은 물론 미국 기업의 동남아 생산 전진기지로 바탐을 활용할 수 있다고 꾸준히 설득했기 때문이다. 리이샨 통상산업부 정무장관은 “미국 기업들이 바탐섬에서 생산된 제품을 싱가포르로 재수출할 경우 경제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며 “의료장비ㆍ정밀기계 등 허용된 266개 상품을 보면 모두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이어서 관련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협정이 발효되면서 바탐 지역의 외국인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규모는 44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9%나 증가했다. 투티 시라잇 바탐산업개발청 마케팅 담당부장은 “바탐에서 생산된 제품이 ‘메이드 인 싱가포르’로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며 “바탐섬은 싱가포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임금과 운영비가 훨씬 저렴해 올 들어 투자를 문의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정부로 하여금 지난해 7월 이 지역을 특별보세구역(Bonded Zone Plus)으로 선포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세금 혜택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를 거치지 않고 바탐 내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이 실현될 경우 외국인 투자 여부가 북한과의 협력과 투자절차를 얼마나 간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싱가포르 FTA 체결 이후 경제활기 두드러져=역외가공단지인 바탐섬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 경제 분야는 물론 정치ㆍ외교 면에서 국제적 위상이 한결 높아졌다. 인시아드 아시아 캠퍼스의 푸산 덕 경제학과 교수는 “FTA 체결 이전부터 무역과 금융 분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무역거래량이 19% 증가했다”며 “금융 분야 역시 미국 은행들의 소매금융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헤지펀드 유치규모도 늘어나는 등 싱가포르가 꿈꾸는 아시아 금융허브 국가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FTA 체결 전 3년간(2000~2003년) 연평균 마이너스 7.6%의 감소세를 보이던 싱가포르의 대미 수출은 체결 후 3년간(2003~2006년) 5.5%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중 대미 수입규모도 마이너스 2.4%에서 14.2%로 급증했다. FTA 체결 이후 의약품 및 의료용품의 수출증가율(546.1%)이 두드러졌으며 비금속공구(42.6%), 에너지(38.4%), 귀금속(29.1%) 등이 수혜를 입고 있다. 특히 체결 이전 3년간 연평균 마이너스 1.8%의 감소세를 보이던 서비스 수출 증가율은 체결 후 2년간 연평균 29%로 수직상승했다. 분야별로 여행 및 여객, 화물운송 서비스 수출이 눈부신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가웬 싱가포르 변호사는 “‘뜨거운 감자’였던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가 해결되면서 바이오 등 첨단지식 집약적 산업체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으며 서비스와 산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며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미국 자본의 주변국에 대한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스톱’ 서비스는 기본=한국이 미국과 FTA 체결 이후 싱가포르로부터 배워야 할 점에 대해 싱가포르 진출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원스톱 서비스’를 꼽았다. 한국은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전혀 ‘원스톱’이 이뤄지지 못하지만 싱가포르는 경제개발청(EDB)에 전화 한 통화만 걸면 모든 일이 끝난다는 것. 추아 텍 히안 EDB 부사장은 “최근 EDB에 한국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문의를 했는데 저녁 늦게까지 함께 돌아다니며 부지를 봐줬다”며 “외국인이 투자의사만 밝히면 EDB가 부지 선정에서부터 법무부나 환경부가 해야 될 일까지 모두 알아서 해준다”고 말했다. 임오규 CJ GLS 사장은 “FTA 체결 후 싱가포르가 동남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법인들의 허브 오퍼레이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남아의 상당수 수요가 싱가포르를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가 진작에 개방돼 있던 싱가포르는 미국과 FTA가 체결된 2003년 외국인 투자 유치가 60.3%, 발효된 2004년에는 73.1% 증가했다. 한국이 외국인 기업 투자유치에 있어 ‘부처 이기주의’를 뛰어넘지 못할 경우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외국인 투자 급증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관료들이 부처간 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각 부처간 인사이동이 자유롭기 때문. 리이샨 통상산업부 정무장관도 직전에 산하기관인 EDB 사장을 역임했다. 한국 부처에 비유하자면 KOTRA 사장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산자부 장관이 됐지만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 싱가포르에 아시아 캠퍼스를 두고 있는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이 한국 진출을 꺼린 것도 ‘한국이 원스톱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 싱가포르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워낙 부처 이동이 잦다 보니 부처 이기주의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며 “제한된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부처로 이동을 해도 관련 업무처리가 매끄럽다”고 지적했다. 정영수 싱가포르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ㆍ싱 FTA 이후 싱가포르에 비즈니스ㆍ여행ㆍ교육 등 서비스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이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싱가포르 관료들의 융통성”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셈이다. 교역규모 4년만에 34% 증가

■ 美 싱가포르 FTA 효과 지난 2004년부터 미국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후 양국간 교역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2003년에는 317억달러에서 발효 첫해인 2004년에는 349억달러로 늘었고 2006년에는 425억달러로 증가했다. 4년간 총 교역규모가 34.0% 증가한 셈이다. 미ㆍ싱가포르 FTA는 특히 무역 측면에서는 미국에 더 많은 이익을 주고 있다. 미국의 대싱가포르 수출금액이 2003년에는 166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4년 196억달러, 2006년 247억달러로 4년간 무려 48.8%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싱가포르의 대미 수출은 2003년 151억달러에서 2006년 178억달러로 1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FTA 체결 이후 미국의 싱가포르 무역흑자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한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재로서는 FTA 때문에 싱가포르의 대미 상품 수입이 크게 늘어 증가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앞으로 3~5년은 더 지켜봐야 미ㆍ싱가포르간 FTA 체결에 따른 양국의 이해득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싱가포르의 외국인 투자 유치금액이 2003년 93억달러에서 2004년 161억달러로 증가, FTA 이후 외국자본 유입은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우리도 싱가포르와 2004년 1월 첫 FTA 협상을 가졌다. 그 이후 9차례의 회담 끝에 FTA가 타결됐고 국회 비준을 거쳐 지난해 3월2일부터 발효된 상태다. 발효된 지 1년가량밖에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FTA의 영향을 정확히 추산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치 수치로 보면 양국간 교역규모는 2005년 127억달러에서 2006년 152억달러로 20.2% 늘었다. 특히 우리의 싱가포르 수출액이 2005년 74억달러에서 2006년 94억달러로 28.1%가량 증가했다. 반면 싱가포르로부터 들여온 수입품은 이 기간 동안 53억달러에서 58억달러로 9.4% 늘어나는 데 그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