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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투자게임의 부재자

박시룡 논설실장

올해는 경제위기론으로 몸살을 앓은 한해였던 것 같다. 2년 가까이 민간소비가 줄고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다 보니 내수 부분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안 날 수가 없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부동산가격이 안정되면서 자산소득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불황을 단순화하면 소득 또는 수입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초에 가망이 없는 사업에 뛰어들어 망한 경우라도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판단 잘못으로 인정하기보다는 경제가 안 좋은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분야별로 뜯어보면 따뜻한 아랫목도 적지않았다. 연평균 30%에 달하는 높은 증가세를 보인 수출 부문도 그중의 하나다. 수출로 눈을 돌려 해외시장을 파고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우량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수십조원에 이르고 있는 데서 수출부분의 호황이 입증된다. 한국시장에서 자금을 굴린 외국인투자가들도 불황과는 거리가 멀다.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시장에서, 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을 사들여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우량기업의 주식투자를 통해 챙긴 배당금과 시세차익도 엄청나지만 은행과 대형빌딩 등에 투자해 조단위의 수익을 올렸다는 뉴스도 흔한 일이 됐다. 불황속 외국인투자자 고수익 올려 이처럼 외국자본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은 크게 두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심이다. 금융주권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부터 피땀 흘려 거둔 경제적 과실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세계화시대에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심은 부질 없는 일일 뿐더러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점에서 논의 가치가 없다. 그보다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외국인비용을 지불하고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데 우리는 왜 안마당에서 구경만하고 있는지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일이다. 우선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투자율이 저축률을 밑돌면서 국내에도 상당한 규모의 여유자금이 있다.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떠돈다는 이른바 부동자금만도 수백조원에 이르고 있다. 연기금을 비롯해 각종 기금에 쌓여 있는 자금도 300조원을 넘는다. 그러니까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운용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게임에서 우리는 영락없는 부재자이다. 부동자금 연기금 투자 물꼬 터야 수익성이 낮은 사양산업을 버리고 고수익 분야에 인적ㆍ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라면 우리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외국자본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투자게임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대상은 우량기업의 주식일 수도 있고 빌딩이나 은행, 인수합병(M&A)일 수도 있다. 그러자면 외국처럼 사모펀드도 만들고 연기금의 투자범위도 크게 넓힐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만해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세계에서 4번째로 높고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다. 경제위기론이 끊이지 않지만 외국인투자자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인 것이다. 외국인들이 느끼는 매력을 우리 스스로는 못 보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꼴이다. 경제위기론으로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투자게임에 참가하는 능력을 키워 국내자금이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도록 물꼬를 트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따뜻한 아랫목을 넓혀 경제위기론을 가라앉히는 방법이기도 하다. (sr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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