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071840)가 롯데그룹의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1조원 이상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지 2년이 넘었지만 계열사간 시너지는 커녕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그룹 안팎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롯데그룹이 특단의 조치로 최근 사령탑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지만 소비침체와 해외직구 등의 여파로 주위 여건이 녹록지 않아 위기 타개책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전국 점포 내 가전매장(디지털파크) 103개점을 모두 하이마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롯데하이마트 점포 수는 롯데그룹에 인수된 2012년 11월 319개점에서 올 1월 436개점으로 늘어났다. 국내 가전제품 양판점 중 최대 규모다.
점포가 늘어난 덕에 표면적인 매출은 껑충 뛰었다. 작년 3·4분기까지 매출 2조7,95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7.7%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55억원에서 1,147억원으로 30% 가까이 급락했다. 제품은 많이 팔았지만 실속은 없었다는 의미다.
시장의 바로미터인 주가도 연일 내리막이다. 롯데그룹 인수 당시 7만4,400원이었지만 이달 21일 5만원 초반까지 추락했다. 52주 최저가다. 롯데는 당시 1조2,500억원을 들여 하이마트 지분 65%를 주당 8만1,000원에 인수했다. 인수 가치 대비 반토막에 근접한 것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에 임대 형태로 입점하면서 고정비용이 늘었고 계절가전의 판매가 저조한 것이 실적 부진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당분간 실적 부진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롯데마트에 입점한 매장과 기존 매장의 상권이 겹친다는 점이다. 롯데마트 가전매장을 하이마트로 전환한 것은 규모의 경제로 봤을 때 긍정적이지만 기존점과 상권이 중복되는 탓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실정이다. 전체 하이마트 매장 중 롯데마트와 상권이 겹치는 곳은 20%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하이마트 매장이 대형가전을 팔면 인근 롯데마트 매장은 소형가전에 주력하는 식으로 차별화해야 하는데 두 매장이 똑같이 실적 경쟁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마케팅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주력해온 마케팅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과 LG가 자체 양판점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만 내세워서는 마케팅 싸움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이마트는 2011년 양판점 점유율 50%가 무너진 뒤 40%대 머물고 있고 디지털프라자(삼성)와 하이프라자(LG)는 30%와 20%에 육박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가전과 계절가전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런 위기 속에 롯데백화점과 어떻게 시너지를 창출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롯데그룹 차세대 CEO로 꼽히는 이동우(사진) 대표가 수장이 되면서 황영근 롯데백화점 생활가전부문장(상무)을 영입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에도 하이마트를 입점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 가전매장을 단기간에 하이마트로 전환했지만 롯데그룹 특유의 '유통 DNA'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입 브랜드를 다양하게 갖춘 프리미엄 매장과 1인 가전 전문관 등을 통해 기존 가전점과 차별화시킬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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