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땐 침체된 자본시장에 활기… 금투업계 시너지 가능성 무궁무진
3월 '자본시장 핀테크 協' 발족
동남아·동유럽 이어 3월 이란 진출… 해외시장서 신성장동력 확보
"신용카드 포인트, 마일리지 포인트, 비트코인 등 해마다 성장하는 온라인 화폐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화폐를 통한 주식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핀테크가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정연대(62·사진) 코스콤 사장은 "그 동안 손해가 두려워 주식 투자를 꺼리던 사람들도 온라인 화폐를 활용하면 보다 쉽게 주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온라인 화폐를 통한 주식투자자가 늘어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매수수료 수익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테크가 증권업계의 고객 이탈과 경쟁 심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증권업계는 은행이나 보험 등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규제가 적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금융업 중에서도 핀테크와 관련해 가장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자본시장이며, 잘 준비하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사장은 이어 "실제 한국보다 핀테크가 발달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기존의 은행권이 아닌 증권과 자산관리업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핀테크와 관련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고객에게 다양한 기초자산과 구조의 상품을 제공하는 등 아이디어가 풍부한 금융투자업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핀테크 생태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사장은 "올해 들어 핀테크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증권사는 많지만 실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곳은 없으며 기존의 금융권에서 이미 보편화된 인터넷은행을 통해 핀테크에 대비하겠다는 수준"이라며 "핀테크는 새로운 기술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콤은 증권업계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을 돕기 위해 3월에 증권사·벤처캐피탈·정보기술(IT)기업·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본시장 핀테크 협의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증권업계 자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IT 기업과의 협업도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이를 위해 '여의도 핀테크 밸리'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핀테크 선진국인 미국은 뉴욕의 '실리콘앨리', 영국은 런던의 '테크시티' 등과 같은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차원에서 핀테크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도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의 설립과 성장, 모험자본의 투자, 회수에 이르는 전 가치사슬을 지원하기에 적합한 입지를 갖추고 있는 여의도에 핀테크 밸리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외에도 코스콤 자체 수익성 개선과 증권업계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많다. 코스콤은 지난 1월말 6년 만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코스콤은 이를 계기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해외시장 개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정 사장은 "오는 4월 이란의 금융IT기업과 증권사 전문 트레이더용 시스템 'K-Front'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신시장시스템(EXTURE+) 수출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란 시장 진출을 발판으로 중동·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과 이전부터 진행하고 있던 동남아와 동유럽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정 사장은 "작년 말 영국 브리티시텔레콤과 해외기관투자가 전송서비스(Liquidity Hub)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2~3개 증권사와 서비스 제공을 협의하고 있다"며 "해외기관투자가 전송서비스는 글로벌 투자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해외투자가 힘든 증권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도 증권사 IT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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