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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오해 딛고 '금융위기 해결사' 인정 받아

■버냉키 FRB의장 연임 결정<br>월가·경제학자들 전폭적 지지… 과잉유동성 회수는 과제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취임한 지 1년 만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터지자 월가는 그에게 냉혹한 비판을 쏟아 부었다. 학자 출신의 그에게 '시장과 교감할 줄 모르는 먹물'이라는 독설부터, 심지어 '그린스펀이 그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컨설턴트 출신으로 시장을 자유자재로 요리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는 다른 스타일에 월가는 속이 탔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후임 문제가 부각된 올 봄부터 월가 이코노미스트 대부분은 버냉키 의장의 재신임 가능성을 확신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버냉키 의장은 초기의 불신과 오해를 딛고 글로벌 금융 위기에 맞선 특급 소방수로 월가와 경제학자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차기 FRB 수장으로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낙점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딛고 공화당원인 그를 재신임한 것도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공로를 인정한 결과다.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일부 실수가 있었다 해도 대공황의 위기에 빠트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재신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두둔한 바 있다. 버냉키 의장은 서브프라임 폭풍이 몰아치던 지난 2007년 8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금리를 동결했다. 뿐만 아니라 그 해 12월에는 "금융기관의 잘못된 투자를 구제하는 것이 FRB의 책무가 아니다"면서 금리 중립 기조를 예고했다. 그린스펀의 선제적 통화정책에 길들여진 월가는 버냉키 해법을 이해하는데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냉키 의장이 2년 여 걸친 금융 위기 수습과정에 던진 메시지는 두 가지다. 시장의 동요만으로 통화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첫번째이며, 두 번째는 시장의 동요가 경제의 펀드멘탈을 흔든다면 '돈을 뿌려서라도 위기를 막는다'는 메시지다. 초기의 정책 대응이 미숙했다는 혹평은 이런 연유와 무관하지 않다. 버냉키 의장은 세계 중앙은행 역사상 유례없는 통화팽창 정책을 펼쳤다. 5.25%인 기준금리를 지난 2007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제로수준으로 내렸다. 모기지증권을 국채(TB)와 교환해주고 은행이 아닌 증권회사에도 유동성 창구를 개방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FRB가 지금까지 투입했거나 투입 예정인 실탄은 3조 달러에 육박한다.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시장에 돈의 홍수를 일으켜 금융시스템 붕괴와 제2의 대공황 위기를 막았다. 임기 만료 5개월 앞두고 재신임을 받은 버냉키 의장의 앞날은 지금껏 그랬듯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그에게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하면서도 그가 뿌린 인플레이션 씨앗을 적절한 시점에 회수해야 하는 힘든 과제가 남아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3일 끝난 잭슨홀 미팅에서 "조만간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침체 종료를 선언했지만 더블 딥(이중경기침체) 가능성이 20%에 이른다는 것이 월가의 컨센서스다. 잠재성장률 3% 이하의 저 성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 또한 만만찮다.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에 맞서 뿌려댄 과도한 유동성은 미래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적절한 시점에 출구전략을 동원, 인플레이션 재앙을 막아야 하는 과제는 자칫 경제 성장과 충돌할 수도 있다. 비판론자들은 그의 초기 대응 실패는 곧 인플레이션 대응에도 미숙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슈퍼 FRB' 구상도 뒷받침 해야 한다. 정치권은 여야 막론하고 시스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FRB에 거대 권한을 부여하려는 오바마의 월가 개혁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른바 '월가 퍼주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일고 있는 정치권의 '반 버냉키' 기류는 2기 행보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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