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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북영국공장):2(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입력1996-11-07 00:00:00
수정
1996.11.07 00:00:00
이세정 기자
◎가전품 고급화로 「유럽 벽뚫기」 승부/단순조립 탈피 핵심부품까지 생산… “자발적 일” 바탕 올 매출 1,300억원 야망영국 북잉글랜드지역의 뉴캐슬시 근교에 위치한 워싱턴군.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 초대대통령의 조상이 살았던 곳이다. 워싱턴이라는 지명의 원조라고 현지인들이 주장하는 이 곳에 LG전자 북영국공장(LGENE, LG Electronics North of England Ltd.)이 자리잡고 있다. LGENE은 현재 가동중인 국내기업의 해외공장중 가장 오래된 곳중 하나이다. 이 공장은 지난 88년 전자레인지 생산공장으로 시작해 지난해 독일의 컬러TV공장까지 합치면서 생산라인을 크게 늘렸다. 전자레인지 생산라인을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독일 보름스에 있던 컬러TV 생산라인을 옮기면서 2개로 확충했다. 설비확충으로 지난해 5만대였던 컬러TV 생산량은 올해 40만대로 대폭 늘고 전자레인지 생산량도 58만대에서 85만대로 커졌다. 『10년가까이 운영해온 생산공장을 대규모로 확장했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해외생산에서 나름대로 재미를 봤다는 얘기』라는게 현지법인장인 조현익 이사의 평가이다. 국내기업이 이른바 선진국에 해외공장을 처음 만든 것은 지난 81년 금성사(LG전자의 전신)의 미국 헌츠빌공장. 컬러TV를 만들던 헌츠빌공장은 현재 생산을 중단했다. 헌츠빌에 이어 LG의 두번째 선진국 투자사례가 LGENE의 일부분인 독일 보름스의 컬러TV공장으로 86년에 설립돼 87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보름스공장에 이어 LGENE가 현재 공장 인근의 자로우군에 87년 설립돼 88년부터 전자레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컬러TV와 전자레인지공장을 유럽쪽에 만든 것은 반덤핑규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해 보름스공장과 쟈로우공장을 합쳐 워싱턴으로 이전한 것은 반덤핑규제 때문만이 아니다. 유럽시장을 겨냥한 가전제품을 유럽 현지에서 만들겠다는 현지화전략의 일환이라는게 조이사의 설명이다.
그동안 보름스공장과 자로우공장이 단순조립라인였다면 워싱턴공장은 핵심부품들까지 현지에서 생산 또는 조달하는 독립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LGENE에 지금까지 투자된 금액은 2천5백만파운드(약 3백25억원)로 이중 자본금은 9백만파운드(약 1백17억원). 자본금은 LG전자 본사에서 출자했지만 나머지 투자금액은 대부분 현지금융을 이용했다.
공장부지 1만8천평(건평 6천8백50평)은 지난 89년 자로우공장의 가동을 시작할 당시 이미 확보해 두었었다.
지난해 LGENE의 매출액은 6백억원. 컬러TV 5만대와 전자레인지 58만대를 생산한 결과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은 1천3백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르고 내년에는 1천6백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LGENE는 자신하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컬러TV 40만대, 전자레인지 85만대이고 내년에는 각각 52만6천대, 99만2천대로 늘릴 계획이다. 오는 2000년에는 컬러TV 70만대, 전자레인지 1백41만5천대를 생산하겠다는게 LGENE의 목표이다.
3백25억원을 투자해 1천3백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굴러가면 기초적인 성공 여건은 갖춘 셈이라는게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조이사의 분석이다. 순익면에서도 현재 전자레인지부문은 흑자를 내고 있고 컬러TV는 생산량을 5만대규모에서 40만대로 급증시킨 탓에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LGENE는 낙관하고 있다.
80년대 후반이 초기 진입기였고 90∼93년이 성공가능성을 요모조모 따져본 탐색기였다면 94년부터는 성공에 자신감을 갖고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선 확장기라고 LGENE는 밝혔다. 올해까지 일차적인 확장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현지화수준을 높여 유럽내 독립적인 완결형 비지니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게 LGENE의 계획이다.
제품개발에서 생산은 물론, 판매까지 모두 현지에서 처리하는 지역 경영체제를 갖춰 세계화시대에 부응하는 글로벌 경영체제의 중축이 LGENE인 셈이다.
올해 LGENE는 전자레인지를 85만대 생산, 유럽시장의 연간 수요 7백만대중 13%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컬러TV도 40만대를 생산해 유럽시장 2천만대중 2%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LGENE는 특히 컬러TV 생산량의 90%를 자체 브랜드로 공급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만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자레인지는 자체 브랜드가 60%, OEM이 40%.
현재 LGENE의 제품은 유럽에서 대부분 골드스타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오는 98년부터 모든 브랜드가 LG로 바뀌게 된다.
LG그룹은 이번 브랜드 변경여부를 놓고 상당히 고심했다고 한다. 골드스타 브랜드가 유럽시장에서 나름대로 지명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급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가품으로서 적지않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골드스타 브랜드를 완전히 포기하기가 쉽지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LG그룹은 이번에 LG로 모든 브랜드를 바꾸면서 고급품으로 제품 이미지까지 바꿔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칫 그동안 골드스타로 쌓아올린 지명도까지 잃어버릴 위험부담까지 감수하면서 LG 브랜드를 중가품보다는 고급품으로 격상시켜 보겠다는 각오이다.
LGENE는 이같은 LG 브랜드 구축의 첨병으로서 품질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성 제고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는 고급품을 만들어 유럽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조이사는 이를 위해 앞으로 LGENE에서 「한국식」이라는 표현을 완전히 없애버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식 경영기법으로 성공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는게 조이사의 지적이다. 기업에는 성장하거나 망하는 길, 둘중 하나밖에 없을뿐인 상황에서 살아남는게 중요할뿐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우선적으로 부품을 조달한다든지 하는 일은 LGENE에서 이미 사라졌다. 독립체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값싸고 질좋은 부품을 조달하는게 급선무인만큼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부품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고 현지의 생산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의 부품업체 6개를 현지에 동반진출하도록 유도했다.
그렇지만 어느 곳에서든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해외공장에서도 결국 사람의 질이 성패를 좌우한다는게 조이사의 확신이다. 무엇보다도 현지에 나와있는 한국인 관리자들이 현지에 빨리 적응, 현지의 강점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는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LGENE의 전체 직원은 5백48명으로 이중 기능직이 4백71명이고 나머지 77명이 사무직 등 지원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사무직 77명중 한국인 관리자는 법인장인 조이사를 포함해 13명. 조이사는 최근 설비확장이 늘어난 탓에 한국인 관리자가 많은 편이지만 조만간 자리잡히는대로 한국인 관리자를 줄이고 현지인 관리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LGENE가 헤쳐나가야 할 유럽시장의 두터운 벽은 여지껏 부딪쳐왔던 어려움과 차원이 다르다는게 조이사의 솔직한 분석이다. 하지만 현지화에 주력하면서 「인간」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LGENE의 안정된 모습은 이미 유럽시장 한가운데 넉넉히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워싱턴(영국)=이세정>
◎인터뷰/조현익 LGENE 법인장/“근로자와 신뢰구축 생산성 향상 총력/한국제품 이미지제고 정부도 합심을”
LGENE의 법인장인 조현익 이사는 7년째 이산가족이다. 지난 89년 독일 보름스공장의 책임자로 발령났을때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가족을 서울에 두고왔으며 3년후 공장이 정상화되면서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6년이 흘렀다. 지난해부터는 독일 보름스공장이 LGENE로 합쳐지면서 독일공장과 LGENE를 함께 관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양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87년부터 2년동안 세명의 책임자가 교체되면서 정상가동이 지연됐던 독일 보름스공장을 6년동안이나 이끌며 흑자공장으로 바꿔놓은 조이사는 현지의 법을 충실히 따르고 근로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있도록 만드는게 해외공장 성공의 비결이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어느 곳에서든 기업경영의 최대 포인트는 「사람 관리」라는게 조이사의 경험칙이다.
LGENE의 현재 상황을 자체적으로 평가한다면.
『현재의 LGENE는 과거 선진국에 투자한 경험을 합성해 새로 만든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공장은 작년부터 가동했지만 독일 보름스공장(컬러TV)과 영국 자로우공장(전자레인지)의 생산경험을 축적, 생산설비를 확장한 곳이다. 기존 해외공장을 대규모로 확장했다는 것은 그동안의 공장운영이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때문이지 않겠는가.』
현지공장을 운영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은.
『결국 우리의 문제일뿐이다. 영국 근로자들은 성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순발력이나 스피드부분에서는 뒤떨어진다. 이들 두 부분을 제대로 접목시켜 양쪽의 강점을 합친 시너지효과를 노리는게 해외투자의 목적이다. 이같은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한국인 관리자들의 몫이 아닌가.』
외부적인 경영여건은 어떤가.
『일단 근로자들의 임금이 한국보다 낮아졌다. 한국 가전업체들이 생산기술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의 원천은 근로자들의 임금등을 고려한 생산성으로 돌아가는데 임금대비 생산성측면에서도 영국 근로자들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또 정부의 규제가 전혀 없고 노사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거의 없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외에 잔 신경을 쓸 일이 별로 없다.』
영국에 투자하겠다는 외국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영국 근로자들의 임금수준도 높아지는 등 향후 경영여건이 현재와 같지 않을텐데.
『해외투자를 할 때 영원히 그 곳에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넌센스다. 해외공장이 한 곳에서 7,8년정도 정상 가동되었다면 나름대로 역할을 다 했다고 봐야 한다. 입지 선택도 중요한 경쟁력 결정요인인 만큼 더 좋은 입지를 발견했으면 과감하게 옮겨야 한다. 그러나 LGENE의 경우 상당기간 유럽진출기지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품의 생산도 중요하지만 결국 마케팅 싸움 아닌가.
『우리 기업들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기업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혼자 노력해서 안되는 부분도 적지않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한번씩 터지면 한국제품도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된다. 국가 전체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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