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이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최근 영화시장에 '애국심' 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 성향에다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나라 사랑' 분위기가 진작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연평해전'은 누적 관객 538만명을 기록했다. 개봉 한달(6월 24일 개봉)이 임박했지만 여전히 박스오피스 2위, 주말 관객 하루 20만명대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이 한창일 때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 간의 교전을 다룬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흥행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작품성이 부족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에 따라 손익분기점(관객 280만명)을 넘기기도 어렵지 않냐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보수적 정치색'과 함께 '애국심' '젊은이들의 자기희생'이 어필하면서 장년층부터 20대까지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의 한국영화 키워드는 '애국심'과 '자기희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61만명이라는 미증유의 관객을 동원한 '명량'을 비롯, '국제시장(1,425만명)' 등도 같은 추세다. '명량'은 임진왜란때의 '이순신과 수군병사', '국제시장'은 1960~1970년 이른바 '아버지 세대'들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영화의 성공은 작금의 시대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의 의미가 다시 되뇌어지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의 '애국심' 강조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애국심 마케팅은 투자금 확보에도 유리하다. 7년전에 시작된 연평해전은 당초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저예산 다큐멘터리로 기획됐지만 보수적 분위기를 타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총제작비는 80억원으로 늘어났다. 일거에 대형영화가 된 것이다.
올초 '국제시장'의 대박이 이런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 투자자본이 영화 내용 자체의 흥행 가능성에 따른다고 해도 역시 시대의 분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문화콘텐츠는 시시각각 변하는 국민의 감정에 승부를 거는 상품으로, 투자도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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