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회화의 시초이자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43년간 머물며 250점이 넘는 '수련' 연작을 홀린 듯 그려냈다고 하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 강변에 늘어선 푸른 포플러와 흐드러지게 핀 붉은 개양비꽃의 어우러짐이 눈부신 이 평온한 마을의 강가에서 어느 날 한 중년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지베르니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살고 있는 의사이자 그림 수집가. 살해 당시 입고 있던 재킷에서는 그 유명한 모네의 '수련'을 인쇄한 엽서가 나온다. 뒷면에는 '열한 살 생일을 축하해'라는 짧은 글과 '우리는 꿈이라는 죄 만들었지'라는 시의 한 구절이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다. 복잡했던 피해자의 여자 관계 탓에 치정 살인이 우선 의심됐지만 피해자가 사라진 모네의 작품을 밀거래하려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는가 하면 수십 년 전 같은 장소에서 소년의 의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밝혀지며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그리고 세 명의 여성.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10대 소녀, 사랑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리라 생각하는 30대 여교사,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태도로 그들의 불길한 앞날을 예언하는 노파의 삶과 이야기는 살인 사건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더욱 증폭시킨다. '예술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그림을 그리듯 유려한 문체가 인상적이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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