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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패닉] 정유·항공등 대기업도 "한계상황"

"제2 IMF 대비해야" 내부 경고도<br>"공장은 돌려서 뭐하나" 체념까지<br>유화·시멘트도 "더 버티기 힘들다"

29일 한 정유사의 외환 딜링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이 회사 외환담당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만 지켜봤다. 이날 환율이 장중 36원까지 폭등하자 직원들은 “이제는 대책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며 한숨지었다. 원ㆍ달러 환율이 하루가 다르게 이상급등하면서 일부 업종에서는 “한계가 왔다”며 아우성이다. 특히 정유ㆍ항공 등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에서는 “제2의 IMF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부 경고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정유ㆍ항공업계 ‘직격탄’=대규모 외화부채를 지고 사업을 전개하는 구조인 정유업계에서는 “공장은 돌려서 뭐하냐”며 체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을 위해 2~3개월짜리 유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늘 대규모 외화부채를 안고 있다. SK에너지 측은 “현재 40억달러의 외화부채 중 9억달러는 헤지해놓았지만 31억달러는 고스란히 환 위험에 노출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SK에너지 31억달러, GS칼텍스 20억달러 등 국내 정유업계 전체가 70억~80억달러 규모의 외화부채를 지고 있다”면서 “환율이 1원 상승하면 70억~80억원씩 환차손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하루에 수십원씩 환율이 오르면 그 피해가 어떻겠느냐”고 우려했다. 게다가 환차손은 ‘영업외손실’로 잡혀 제품 가격에 반영시킬 수도 없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순이익은 마이너스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장치산업의 특성상 공장을 세울 수는 없고 당분간 손해를 감수하면서 생산에 임해야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원유구입 대금을 지불할 달러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도 정유업계의 고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달러 구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면서 “평소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120bp 수준에서 조달하던 달러화를 ‘리먼 사태’ 이후에는 리보+320bp에도 구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항공업계에는 특정 업체 매각설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항공사들이 기름을 아끼기 위해 기내 면세품과 기내식까지 대폭 줄이자 이를 경험한 고객들까지 이 같은 위기설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달러화 부채 비율이 크고 항공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의 경우에만 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전체 외화차입 중 80~90%를 차지하던 달러화를 유로화 등으로 갑자기 대체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난감해 했다. ◇유화ㆍ시멘트도 한계상황=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절반 이상 해외에서 들여오는 석유화학 업계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고급화, 수출비중 확대, 에너지 비용 절감 등 온갖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환율이 이렇게 움직일 경우에는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걱정했다. 현재 유화업계는 거래하고 있는 중소 플라스틱 업체의 도산에 대비, 외상 거래폭을 줄이는 등 비상 긴축경영에 들어간 상황.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을 실행하기 위해 달러화를 거둬들일 경우 강달러 기조가 심화돼 원ㆍ달러 환율이 더 오를까 걱정”이라면서 “중동의 신증설 물량이 국제시장에 쏟아져나오는 내년에는 대형사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멘트업계도 주 연료인 유연탄 도입 비용 상승에 따른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초 중국 폭설 때 톤당 150달러이던 중국산 유연탄 가격이 190달러까지 오른 상황에서 환율이 대폭 상승하고 건설경기까지 하향세여서 업계 전체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를 걱정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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