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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내생적 불황" 처방 혼란

現경제상황 과거불황과 어떻게 다른가<br>과거 오일쇼크ㆍIMF등 외생변수로 발생<br>지금은 수출활기 내수 연결안돼 양극화<br>가계부채 크게 늘어 소비여력까지 고갈<br>정부ㆍ재계ㆍ민간, 위기 인식도 서로 달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작금의 경기불황은 과거 한국경제에 여러 차례 나타난 불황과 구조적인 측면에서 다르다. 과거의 불황은 투자 부문에서 내재된 모순이 오일쇼크, 아시아 외환위기 등 외생변수에 의해 터진 반면 이번은 한국경제 내부의 소비 부문에서 발생한 초유의 내생적 불황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과거 불황이 무역적자 악화와 외환보유액 감소, 마이너스 성장률의 형태를 띤 반면 지금은 수출이 대단히 활기를 띠는 가운데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 양극화의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불경기는 대외 충격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고, 이에 따라 최근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장기 침체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ㆍ전자업종에서 생산성ㆍ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를 유발하지 않는 이중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지난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74년 1차 오일쇼크, 80년 2차 오일쇼크, 97년 외환 파동 등 세 번의 경제불황을 맞았다. 이 시기 모두 수출과 내수, 투자가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의 모습을 보였다. 경상수지의 경우 ▦74년 20억달러 적자 ▦80년 53억달러 적자 ▦97년 8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내수와 수출 기여율은 어느 정도 고른 균형의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불황 이후 수출이 회복되자 내수도 함께 살아나는 동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 이에 비해 지금은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할 정도로 커지고 있지만 내수는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깎아먹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ㆍ4분기 GDP 대비 내수 기여율은 -4.9%를 기록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과 내수의 단절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일부 ITㆍ전자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로의 파급효과(Spill-over effects)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의 불황에 비해 가계의 건전성이 악화된 것도 문제다. 74년 가계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3배를 훨씬 웃돌았지만 2004년 1ㆍ4분기 현재 그 비율은 2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부채가 지나치게 많아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과거와는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들이 좋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은 “국제수지는 흑자가 많이 나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1,600억달러가 넘을 만큼 넉넉하다. 또 수출은 썩 잘되고 있고 물가도 비교적 안정돼 있다”며 “그러나 경제의 활기와 체력이 떨어져 경제가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는 것을 위기라 본다면 분명히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경제가 ‘외상’ 없이 속으로 곪다 보니 진단조차 쉽지 않다. ‘경제위기’ 자체에 대한 정부와 재계ㆍ민간의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적절한 처방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과거 오일쇼크나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하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강도의 경제 살리기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임금상승률이 높고 생산여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과거 3~5를 오가던 한계자본계수는 지난해 10 가까이에 육박했다. 예전에는 국내총생산 1단위를 늘리기 위해 3~5단위의 자본이 필요한 반면 지금은 그보다 몇 배나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겨우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과거에 비해 투자효과가 쉽게 일어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그만큼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 효과를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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