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에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도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KDI와 재정경제부가 이날 내놓은 자료를 종합해보면 한국경제는 내수회복을 짓누르는 ‘3대 악재’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고소득층은 해외에서 돈을 펑펑 쓰고 중소기업은 국내 설비투자는 뒤로 미룬 채 해외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시간 취업자는 오히려 급증해 가계 소비여력은 악화되고 있는 것. 김준경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생산성의 성장 기여도가 설비투자 부진, 취업시간 감소 등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성장 잠재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외부에도 있다. 하반기에는 유가상승과 환율불안이라는 복병이 우려된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KDI는 유가가 10% 올라갈 경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21%포인트 하락하고 민간소비와 총투자는 0.12%포인트, 0.87%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도 19억9,000만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고소득층 연간 7조원 해외에서 돈 펑펑=재경부는 ‘최근 소비동향 및 대응’ 보고서에서 고소득층이 해외에서 너무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국내 생산과 고용이 길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소득층의 지난해 유학ㆍ연수 등 대외지급액은 24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송금계좌를 거치지 않은 금액과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무려 70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고소득층이 주요 이용하는 암치료 해외지출은 연간 4,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2만달러 이상 해외 신용카드 사용자도 지난 2003년 4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7억1,000만달러로 51.1%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가 올해에도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가파른 해외소비 지출이 국내 경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며 “해외소비 중 1%포인트만 국내 소비로 전환돼도 GDP는 0.9%포인트 가량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국내 설비투자 ‘몰라’=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들이 외국으로만 나가는 것도 문제이다. 중소기업 해외투자 금액은 90~99년 2,49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2004년에는 8,480억원으로 무려 240% 급증했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2004년에는 중소기업 해외투자가 대기업을 넘어섰다”며 “저임금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중소기업의 탈(脫)한국화 현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시간 취업자 급격 증가, 고용과 소비 암울=KDI의 ‘단시간 취업자 증가현상 분석’에 따르면 주당 36시간 미만 단시간 취업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단시간 취업자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93~96년) 7% 안팎에 그쳤으나 그 이후(98~2004년)에는 10% 안팎으로 증가했다. 비자발적 단시간 취업자 비중도 지난해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시간 취업자 비중의 증가는 고용의 질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소비부진의 이면에는 취업시간 감소에 따라 소득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용성 KDI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의 질 개선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을 위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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