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외국환은행 특별검사 결과 일부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이 제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주 선물환포지션이 50%포인트 안팎 하향 조정된다. 지난해 7월 250%에서 200%로 줄인 데 이어 1년5개월 만에 150%로 한도가 더 축소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이들에 대한 추가 검사에도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원ㆍ달러 환율하락도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2일 장 초반 환율이 달러당 1,080원50전까지 내려앉자 긴급 브리핑을 갖고 "하락 움직임을 부추기는 일부 딜러들이 있다"며 "정부는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고강도 개입 발언을 꺼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선물환포지션이 급증한 하나은행, 호주뉴질랜드은행(ANZ) 한국지점,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 한국지점 등에 대한 외환 공동검사를 최근 마치고 결과 분석에 들어갔다. 결과에 따라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25% 일괄 축소해 외은지점 200%, 국내 은행 40%에서 각각 150%, 30%로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물환포지션,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가운데 당장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선물환포지션 강화"라며 "외환건전성 부담금이나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는 관련법을 손대야 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 차관보는 이날 기자실을 긴급 방문해 "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과하다"며 "주요 통화가 한국의 절반 이하만 절상된 점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차관보의 발언은 최근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발언 중 가장 강도 높은 것으로 박재완 장관이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최 차관보는 "최근 보이는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경우 정부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장거래에 일일이 개입하기보다 제도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초반 1,080원50전까지 하락한 원ㆍ달러 환율은 정부의 강력한 구두개입으로 방향을 틀어 2원70전 오른 1,085원90전에 마감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초 정부의 개입의지가 약하다고 보고 올해 말 1,0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1,080원선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추가 하락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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