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자본시장 전반의 활력이 떨어졌다. 증권사 수익 기반도 취약해졌다. 3~4년 전부터 투자은행(IB) 일감이 줄더니 지난해부턴 증권사 수익의 60~70%를 차지하는 소매영업마저 적자를 내는 증권사들이 늘었다.
시장에선 증권사가 늘어나 과당경쟁이 심해진 데다 거래대금도 격감해서 수익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수익모델은 그다지 변한 게 없는데 증권사 수는 1990년 22개, 2000대 중반 50여개에서 지금은 62개까지 늘었다. 하루 8조~9조원 규모의 주식거래대금도 3분의1로 격감했다. 그러나 지나친 비용 절감은 구조조정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대신 요즘 중소벤처기업이 화두라는 점에서 주가나 거래가 위축된 중소형주를 다시 눈여겨보자. 중소형주가 관심에서 멀어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대기업의 지나친 영역 확장, 빠른 산업 구조 변화로 사실상 실적이 좋거나 성장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기대가 줄고 실망했던 경험이 잦아지면 자연히 주가의 탄력과 거래가 줄기 마련이다. 2000년대 초 코스피 거래대금에 육박했던 코스닥 거래대금이 지금은 약 33%에 불과하다. 또 하나는 코스닥 거래 때 정보 인프라 없이 개인투자자의 판단에만 의존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결국 묻지마 투자, 신뢰 추락으로 거래가 급감해 관심 밖이 된 셈이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이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 활성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창조 경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에선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재연되고 도매든 소매든 중소형주 거래가 늘어날 거란 의견이 나온다. 이런 변화 속에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본다. 첫째, 전산 시스템과 리서치는 증권시장의 양대 인프라다. 전산과 리서치 없이 거래가 활발할 순 없다. 따라서 중소형주 거래가 활발할 전망이라면 증권사는 거래가 늘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코스닥 기업 분석 등 정보 제공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시장에서 움직임이 활발한 코스닥 종목에 대해 신뢰할만한 기업 정보와 IB 아이디어를 낸다면 새로운 수익모델 선점뿐 아니라 시장과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지금은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 때문에 제대로 된 코스닥 기업 정보가 극히 부족하다.
둘째, 하반기에는 코넥스라는 좀 더 벤처에 가까운 중소기업 전용 시장이 열린다. 증권사들이 주관사로서 지정 자문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시장을 만들어 수익원을 확보하고 새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유망 기업 발굴에 진력하고 자기자본 투자도 고려하길 기대한다. 물론 새 시장의 안착을 위한 당국의 정책 노력도 필수다. 비상장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 마켓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비상장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비상장에서 상장으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의 연결과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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