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은 임대사업자를 활성화해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과거 주택시장 과열 시기에는 다주택자가 부동산투기 주도세력으로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둔화로 인한 자산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현재 상황에서는 다주택자가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세 폐지는 과거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징벌적으로 취해졌던 조치이지만 이제는 주택 가격이 정상화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는 만큼 양도소득세제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작업은 이미 정부의 지난 5ㆍ10 부동산대책에서 예고된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은 정부가 지난주 말부터 공식적으로 발표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방침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DTI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징벌적 세제까지 함께 손질되면 매수 타이밍을 재고 있던 여유 자산가들을 주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3일 내수활성화 관계부처회의에서 주택시장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취득세에 대한 혜택을 주는 방안이 논의된 것에 대해 주택 매수자들의 관심이 크게 쏠렸던 점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서민과 중산층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제ㆍ금융규제를 풀면 무리하게 빚을 떠안고 집을 샀다가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계층이 매도자를 찾게 돼 파산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주택자가 늘어나면 해당 주택이 임대시장에 풀려 전월세 공급이 늘게 돼 세입자들의 주거난을 경감시켜주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실수요자들까지도 매수를 미루고 전세 세입자로 머무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전셋값이 더 올라 서민층에 고통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의 구매 의욕을 북돋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4일 국무회의에서 보금자리주택 거주 의무기간을 단축하는 안건이 처리된 것도 실수요를 자극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5년이었던 보금자리주택 거주 의무기간은 분양가 수준에 따라 최대 1년까지 단축된다. 분양가가 시세의 70% 미만이면 현행대로 5년을 유지하되 70~85%면 3년, 85% 이상이면 1년으로 기간이 줄어든다.
한국토자공사(LH) 이외의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자도 이번 조치로 보금자리주택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게 돼 서민용 주택 공급시장에도 한층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철도공사ㆍ한국철도시설공단ㆍ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ㆍ대한주택보증ㆍ한국농어촌공사ㆍ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보금자리주택사업 시행 참여가 허용된다. 다만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가 한층 더 악화될 경우 부동산시장이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