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은 이날 오전 수석대표의 첫만남부터 기싸움을 벌이며 심상찮은 상황을 연출했다. 김기웅 우리 측 수석대표는 “산중수복(山重水複·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형국)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마주 앉은 현실을 설명하는 말 같다”고 하자 박철수 북측 수석대표는 “매번 회담은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했지만 끝은 좋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회담과정에서 일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김 대표가 이어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각오로 진지하게 논의를 해나간다면 어떤 문제도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박 대표는 “현 실태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하고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와 같은 입장을 가지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문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야기한 것으로 북한에서는 개방과 국제화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용된다. 북측이 김 위원장의 말을 빌려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서는 재가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양측이 제 주장만 반복하던 회담은 이날 오후5시20분 종결회의가 종료된 직후 북한 측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파국 양상으로 치달았다. 박 대표는 종결회의 직후 갑작스레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자리한 프레스룸에 들어와 기자회견문을 배포하며 회담 결렬의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겼다.
박 대표는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오늘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나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끝내 결렬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우리 측이 성의를 다한 반면 남측은 일방적 주장만 고집하며 인위적 난관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뒤이어 “남측은 개성공업지구를 정치적으로 비하하고 군사적으로 위협함으로써 (개성공단) 잠정중단 사태에 이르게 했지만 이에 대한 논의 없이 우리 측에게 일방적 재발방지 담보만을 요구했다”며 “우리는 남측의 이러한 처사를 공업지구를 완전 폐쇄시키려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음모로 본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우리 측 인사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계속하며 비난 수위를 이어갔다. 그는 특히 우리 측 인사들을 “백수건달”이라 비난하는 등 향후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 대표단은 북한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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