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 사는 30대 후반의 안보람(가명)씨는 최근 손해보험사의 운전자보험과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보험사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4월부터는 운전자보험의 사고위로금,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벌금, 변호사 선임 비용 등 보장항목이 사라져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씨에게 보험사에서 또 다른 전화 한 통이 왔다. 이번에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으로 암 특약에서 진단금이 축소되고 보험료도 오르기 때문에 4월 이전에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보험사들이 '마감 임박' '마지막 기회' 등의 자극적인 표현 등을 들먹이며 앞다퉈 절판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과당경쟁을 지양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던 보험사들의 이중적인 영업 행태에 대해 소비자들의 비난도 커지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설계사와 보험대리점(GA) 등 보험영업채널들이 4월부터 변경되는 보험료 인상, 보장한도 축소 등 예고된 사안들을 거론하며 마지막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리점들은 "4월부터 운전자보험 담보 축소, 4월1일 이전에 서둘러 가입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상담시간도 기존 오전9시~오후6시였던 것을 오전8시~오후10시까지 확대했다. 대리점들은 3월 중에 실손보험과 운전자보험, 암 특약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소비자들을 다그치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내일부터 운전자보험의 비용담보들이 모두 사라집니다. 오늘이 가입의 마지막 기회"라며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문제는 절판마케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별이익 제공 등 불건전판매행위다. 상담 후 바로 가입하면 낸 보험료의 일부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보험영업시 특별이익 제공(연간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 한도 내에서 영업을 해야 하지만 이달 들어 일부 대리점들은 보험료의 20~30%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불법 판매행위를 펼치고 있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절판마케팅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며 "본사 차원에서 불건전판매를 하지 말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영업실적과 수당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영업조직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사실상 매년 회계연도가 마무리되는 3월에 절판 마케팅을 벌인다. 회계결산을 앞두고 영업현장에 '마감 전 가입'을 외치도록 종용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이 시장에 알려지면 가입을 고려하던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판매가 크게 확대된다"며 "영업조직도 이를 활용해 회계연도 막바지 실적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입자의 과거병력 등 철저한 언더라이팅(계약심사)을 못해 부실계약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영업이 과열되면서 설계사와 대리점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늘어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운전자보험 보장축소는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를 위해 내릴 조치임에도 보험사들이 오히려 보장축소를 이유로 절판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