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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햇빛으로 가동되는 무공해 화학제품 공장
태양광은 가장 대표적 청정에너지로 인류 전체가 1년간 사용해도 남을 막대한 에너지를 매 시간마다 지표면에 쏟아 붓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태양광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천문학적 연구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태양전지에 집중돼 있는 기존 태양광 연구의 패러다임 변혁을 일으킬 혁신적 프로젝트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공정연구본부 백진욱(사진) 박사 연구팀. 연구팀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인공광합성 원리에 기반한 ‘광-바이오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햇빛으로 가동되는 무공해 화학제품 공장이다. 크게 그래핀 계열 광촉매를 활용해 태양광에너지를 전환시켜주는 ‘광에너지 전환부’와 ‘전자전달시스템’ 그리고 산화 환원 효소를 이용해 화학제품을 생성하는 ‘효소 반응부’로 구성돼 있는데 원료물질과 그에 맞는 효소만 공급하면 태양광 외에 어떤 에너지의 투입 없이도 화학제품이 생산된다.
백 박사는 “아미노산과 플라스틱 원료 등 다양한 정밀화학제품과 의약품 중간체의 생산이 가능하다”며 “별도의 조치 없이 원료물질과 효소만 교체해주면 곧바로 다른 물질이 생산되기 때문에 하나의 장치로 다양한 화학제품을 주문 생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나 개념이 아니다. 이미 연구팀은 지난 2012년 α-케토글루타르산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각각 아미노산의 일종인 L-글루타민, 액체연료전지의 연료인 포름산의 제조에 성공했다. 또한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질 중 유용한 것만을 선택적으로 합성 제조하는 원천기술을 확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올을 불순물 없이 생산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백 박사는 “광학이성질체의 특성상 동일한 화학구조식을 가졌음에도 물성이 전혀 다를 수 있다”며 “광-바이오시스템을 통해 부작용이나 독성이 없는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광-바이오시스템 상용화의 핵심은 고효율 가시광 촉매의 개발과 효소 반응에 필수적인 보조인자의 재생이다. 실제로 이산화티타늄(TiO2) 등 기존 광촉매는 광반응 시 자외선 영역만 이용, 태양광에너지 활용도가 4% 미만에 불과하다. 때문에 햇빛의 46%를 차지하는 가시광선을 이용할 가시광 촉매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나노기술, 광화학기술 등을 적용해 현재까지 50여종의 신규 가시광 촉매를 개발해냈으며, 고가의 산화 환원 효소용 보조인자를 반응기 내에서 즉시 재생시키는 데도 성공해 큰 걸림돌이었던 비용 문제의 해결 가능성도 열었다.
백 박사는 “아직 효율성이나 상용성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념에 머물렀던 광-바이오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실제화 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기술고도화와 상용화를 위해 국가프로젝트와의 연계 등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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