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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뉴타운 출구전략 있기나 한가


후배가 10여년을 함께 하던 부인과 결별을 하고 얼마 전 다시 솔로로 전향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헤어지게 된 이러저러한 사연을 늘어놓던 후배는 "헤어지는 게 만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이든 시작하기보다 맺기가 어렵고 벌여 놓는 것보다 정리하기가 더 어렵다고들 한다. 주식 투자자들이 늘 말하듯, 팔 때만 제대로 알아도 실패할 일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태평양 건너 미국이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수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기 위한 '출구전략(exit strategy)'실행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차별적인 양적완화로 내수 경기를 어느 정도 회복시켰지만 자칫 잘못된 출구 전략으로 다시 침체의 터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 이유다.

출구전략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취한 조치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는 과정이다. 굳이 거창한 국가 정책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결혼 상태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역시 일종의 출구전략이다.

박원순 시장 체제 이후 서울시도 출구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 중이다.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내에 무더기로 잘못 지정해놓은 '뉴타운'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좌초하거나 표류하면서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잘못된 뉴타운 정책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전임 시장에게 있다. 서울시내에 세 차례에 걸쳐 무려 26곳의 뉴타운을 무더기로 지정하면서 서울시내 전역에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내에 구역지정이 이뤄진 재개발ㆍ재건축은 492곳에 달한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취임한 지난 2011년 이후 실태조사와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본격적인 뉴타운 해제 작업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구역 해제 결정이 이뤄진 곳만 44곳에 이른다. 서울시의 실태조사 진행 중 해제 신청을 한 곳도 43곳이다. 아직은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 사업 주체가 없는 초기 단계 구역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조만간 추진 주체가 있는 구역들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추진동력을 상실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옥석을 가리겠다는 출구전략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타난 시의 행보는 마치 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해제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실태조사 과정에서 '30% 이상의 반대'를 해제 결정요건으로 삼고 있다. 반대가 30%를 넘으면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가 간과한 것이 주민 간 대화다. 어차피 다양한 이해관계 탓에 모든 구성원이 찬성하는 사업은 없다. 찬성과 반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업의 계속 추진이든 해제든 자발적인 대화와 설득 과정은 생략한 채 밀어붙이기식 투표로 이를 결정하는 것이 쉽고 빠를지는 모르겠지만 정답은 아니다. 69%가 찬성하는 사업이라도 31%가 반대하는 이유로 포기한다면 결국 갈등은 치유되지 못한 채 주민들 사이에 남는 것은 더 큰 반목이다.

근본적으로는 과연 서울시에 제대로 된 출구전략이 있느냐는 점이다. 시의 출구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매몰비용을 보전해주는 한편, 해제된 구역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원할 경우'유지 보수형 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두 전략 모두 제대로 작동조차 못하고 있다. 시는 추진위나 조합 등 추진주체가 있는 구역에 대해서는 해제 이후 매몰비용을 국고에서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가 일방적으로 비용을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만 했지 정작 이 비용을 줄 주체는 없는 상황이다.

해제 이후 유지보수형 재생 추진 역시 마찬가지다. 노후 재개발구역의 경우 많게는 70~80%가 외지인으로 손바뀜이 일어난 상태다. 가뜩이나 투자 손실을 입은 것만도 화가 나는데 직접 거주할 생각도 없는 곳에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비용을 부담할 투자자가 몇이나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만 가득하다. 과연 출구전략이 있기라도 한 것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실패한 정책이라고 무조건 뒤집어엎는 것 또한 대안은 아니다. 출구는 굳이 '전략'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없어도 이해관계자 당사자 간의 대화와 양보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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