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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황제노조 파업] <상> 현대차 노조 생떼쓰기… 멍드는 경제

툭하면 파업… 손실 눈덩이… "차생산 해외로 돌려야 하나"<br>연봉·복지비 대폭 인상<br>면책특권 등 무리한 요구<br>차산업 체질 약화 가능성

지난해 7월 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집회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 노조는 2009~2011년 무파업을 이어오다 지난해 파업한 데 이어올해는 이르면 20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DB



"국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파업한다고 해도 아마 현대ㆍ기아차 매출에는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해외로 돌리면 될 테니까요. 그러나 국내 생산 부문은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14일 현대ㆍ기아차 두 노조가 파업수순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한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상습적인 파업이 해외공장 증설을 촉발해 국내 자동차 산업을 점점 더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단순히 생산차질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결국 국가적인 손해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 투표 가결을 전하며 "또 한번의 파업이 현대차의 생산량뿐만 아니라 명성과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대내외적 경제위기 속에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기업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노조가 해마다 파업을 강행하면 국가 전체의 신인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나서듯 대형사업장의 노조도 이제는 사회적 책임감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해마다 파업에 따른 피해는 막대하다. 현대차가 지난해 노조의 파업으로 입은 손실은 8만2,088대 규모다. 액수로 따지면 1조7,048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차 노조는 8만3,000여대의 생산차질을 야기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에 따른 수당 산정방식에 불만을 품고 지난 3월부터 6월 사이 특근을 거부한 탓이다. 여기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의 손실까지 합하면 올해 현대차가 입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현대차 노조는 한가롭게 파업에 나설 형편이 아니다. 당장 국내 공장의 경쟁력 수준만 봐도 그렇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공장에서 현대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5시간으로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18.6시간)보다 훨씬 길다. 해외 경쟁사인 닛산이나 포드는 각각 18.7시간, 20.6시간에 불과하다. 지난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부터 1994년과 2009~2011년을 뺀 나머지 해에 어김없이 파업에 나섰다. 이로 인해 빚어진 생산차질은 총 120만4,458대, 약 13조3,73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기아차 노조 역시 1991년부터 스무 차례 파업을 벌여 61만대, 7조4,755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을 야기했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잠식속도를 감안해도 현대차 노조가 파업할 처지가 못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를 넘어섰다"면서 "수입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차 파업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을 얼마나 기다려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조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수준이어서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180개 이상의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기본급을 13만498원(평균 6.9%), 상여금은 750%에서 800%로 인상하고 정년은 59세에서 61세로 연장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퇴직금 누진제 신설 등도 담겨 있다. 여기에 기존 세 자녀까지 지급됐던 중ㆍ고교와 대학교 입학금ㆍ등록금을 전체 자녀로 확대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자녀에게조차 기술취득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도 추가됐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생산직 근로자는 연봉과 복리후생비를 합쳐 매년 평균 2억원 이상을 받게 된다"며 "사측이 7조원 이상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노조의 생떼쓰기에 국민의 공분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귀족노조를 넘어 이제 황제노조라고 불러야 할 판"이라며 "노조도 국민의 일원이라면 그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은 노조가 파업을 해도 해외 공장을 통해 생산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며 "파업이라는 무기로 사측을 궁지에 몰아넣어 원하는 것을 챙기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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