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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5년 첫 사업을 시작한 후 실패한 경험이 지금의 잉크테크를 키우는 밑거름 역할을 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프린터 소모품에 리필(refill) 개념을 도입한 정광춘(53) 잉크테크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박사 출신이다. 지난 85년 해은화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빚만 잔뜩 걸머진 채 쓴 맛을 봐야 했다. 그는 지난 92년 재기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잉크젯 프린터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인쇄 소모품 산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잉크테크를 설립한 것. 첫 사업에서의 실패는 자체 기술력과 브랜드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그래서 잉크테크는 설립직후부터 자체 브랜드인 '잉크테크(InkTec)'로 수출을 고집했다. 미국ㆍ영국ㆍ호주 등 세계 12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출이 늘어나면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로 높아졌다. 잉크테크는 현재 HP, 엡손, 캐논, 삼성전자, 렉스마크 등 국내 대다수 잉크젯프린터에 적합한 450여 종류의 대체 잉크류를 생산중이다. 또 염료 잉크 외에도 오일 잉크, 전사(Sublimation) 잉크, 분산 잉크 등 잉크젯 관련 시장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잉크를 만든다. 기술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설립 이후 13년 동안 매출이 정체되거나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꾸준한 매출 성장 속에 올해는 매출이 400억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잉크테크의 기술력을 인정했다. 지난 해 산업자원부는 잉크테크를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로 지정했다. 잉크테크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태그(RFID), 인쇄회로기판(PCB, FPCB), 디스플레이(OLED, PDP, LCD), 태양전지(Solar cell), 항균 필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원재료와 제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전자잉크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잉크테크는 6월 중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잉크테크는 다른 중소기업들과는 달리 연구소 분위기를 풍긴다. 정 사장 스스로도 양복 대신 회사 점퍼를 입고 신기술 연구에 몰입하는 날이 많다. 정 사장은 인력이 회사의 최고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무직은 물론 생산직에서도 비정규직 직원이 한 명도 없다. 사원임대 주택, 각종 동호회 활동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한다. 그래서 잉크테크는 창립 멤버 대부분이 지금도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이직률도 낮다. 단순한 이익추구보다는 자아실현과 보람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잉크테크를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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