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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국가재정] <상> 빚더미 오른 나라살림

한해 수입 20%가 이자비용… 정부는 통계로 '눈가리고 아웅'<br>개발 공약 남발이 화 불러<br>GDP 낮아지면 세금 덜걷혀 부족한 재정은 빚 더내야<br>공약이행 등에 유연성 필요… 재정지출 구조조정 불가피

현오석(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8차 재정관리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복지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자 재정지출 수반 법률안 제출시 재원대책 마련을 의무화하는 '페이고' 준칙 도입을 추진한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가난할 땐 없는 살림이라도 가급적 빚 안 지고 살려 했다. 조금씩 벌이가 나아지자 씀씀이가 커지더니 겁 없이 빚을 늘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대출이자를 갚는 데에만 한 해 수입의 20%를 쓰고 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어느 신용불안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정부 나라살림의 단면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재정건전성 덕분에 조기에 극복했다며 칭찬 받던 게 불과 2~3년여 전인데 벌써 나라살림 걱정을 하게 생겼다. 재정이 튼튼하다던 정부의 최면에서 깨어나 돌아보니 국가살림은 벌써 빚더미에 올라 있다. 위기에 선 나라살림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나랏빚 1,000조원 시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공식적인 국가부채는 올해 500조원에 미달(480조3,000억원)한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빚, 그리고 정부보증채무 등을 감안하면 올해 대한민국이 짊어지고 있는 총 부채는 1,133조4,000억원으로 급증한다.

문제는 빚의 증가속도다. 이중 공식적인 국가부채는 내년에 500조원을 돌파(515조2,000억원)한 후 불과 3년 뒤인 2017년에 600조원선을 넘어선다. 610조원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각종 통계기법과 선진국 사례를 동원해가며 눈 가리고 아웅이다. 국가채무는 절대 금액 규모보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 봐야 한다며 GDP대비 부채 비중이 30%대라고 해명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대로 순항할지 알 수 없다. 당장 내년만 해도 정부는 GDP 성장률을 3.9%로 잡았는데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대체로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쓴소리를 던진다. 분모인 GDP가 예상보다 작아지면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예상보다 올라가게 된다. 더구나 GDP가 기대보다 낮아지면 당연히 세금도 그만큼 전망치보다 덜 걷히게 되고 부족한 재정은 빚을 더 내 메워야 한다. 따라서 분모인 국가부채 규모도 증가해 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는 전망보다 늘어날 위험이 있다.

선진국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낮다는 점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선진국에 비해 외환시장 등이 취약한 우리 경제의 상황을 봤을 때는 GDP 대비 30%대라는 국가부채비율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나랏빚이 늘어났을까. 대내외 경제위기, 불가피한 인구구조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핵심은 공약 남발이다. 세금을 더 걷어 재정을 확충하기는 어려운 데 비해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 총선거나 대통령선거 시기마다 "도로ㆍ철도를 놔주겠다, 신도시를 짓겠다, 복지를 늘리겠다"며 표심을 사기 위해 돈 쓸 궁리만 해댔다.

국가부채 중에서도 악성으로 꼽히는 적자성 부채의 추이만 봐도 이를 금새 눈치챌 수 있다. 동남아발 외환위기를 뒷수습해야 했던 국민의 정부에서조차 임기 중 적자성 부채 증가폭은 14조6,000억원에 불과했는데 후임인 참여정부 들어서는 그 규모가 무려 63조7,000억원대로 커졌다. 참여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삼으며 혁신도시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을 방만하게 벌인데다 좌파성향상 복지를 확대한 것이 빌미가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규모가 87조4,000억원대로 더 커지는데 이중 29조원가량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이므로 이를 제외하면 58조원대에 이른다. 이 역시 4대강 사업 등 선거공약 등의 요인이 컸다. 그리고 현 정부는 임기 중 적자성 재정적자 증가폭을 82조원대로 설계하고 있다. 아직 금융위기 같은 직접적인 충격을 겪지 않은 상황인데도 복지공약 등으로 재정적자가 커지는 탓이다.

적자성 부채 증가는 우리나라가 짊어지고 있는 재정 빚이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정적자는 공약 남발로 고삐가 풀렸는데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해법은 결국 적자를 메우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거나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정부는 임기 첫해부터 증세에 사실상 실패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당초 중산층 일부에게까지 세부담을 늘리는 내용이었으나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가 나서서 일주일도 안 돼 수정안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증세는 한번 실패하면 그 정부 내내 하기 어렵다"며 "지난 정부에서 목적세를 정비하려 했다가 실패한 뒤 오랜 기간 입에 올리지 못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정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이라는 가시밭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부담 없이 재정지출에 대한 큰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공약이행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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