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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공한증을 심는다

제8보(143∼170)<br>○이세돌 9단 ●구링이 5단 <제8회 춘란배 준결승>



구링이가 흑43으로 팻감을 썼을 때 검토실은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이세돌이 그 팻감을 듣지 않으리라는 것. 다른 하나는 팻감도 많고 하니 들으리라는 것. 김성룡9단은 들으리라는 편에 섰는데 그의 말이 재미있었다. "물론 그 팻감을 듣지 않아도 백이 이기기는 이길 거야. 하지만 차이가 미세해서 끝내기를 꼼꼼히 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그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다른 이유도 있어."(김성룡) 이세돌은 경쟁국의 신예 유망주인 구링이를 철저히 공략하여 그 마음에 공포심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겁에 질려 다시는 한국 기사들에게 덤빌 마음이 싹 가시게 만들 작정이다. 지난 날 조훈현이 그런 자세로 바둑을 두었다. 이겨 있어도 관대함을 보이지 않고 철저하게 유린하고 짓뭉갰다. 특히 중국 기사들에게는 유독 그러했다. 그 덕택에 중국 기사들은 공한증을 갖게 되었다. 90년대에 중국 기사들은 한국의 조훈현과 이창호에게 거의 승점을 기록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조훈현의 의도적인 작전 때문이었다. 이것이 김성룡의 얘기였다. 그 얘기에 서봉수도 동감을 표명했고 필자도 수긍했다. 아시안 게임에 바둑의 금메달 3개가 신설된 터이다. 광저우에서는 그 3개를 한국이 싹쓸이했다. 백60으로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5로 새로운 패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공연한 손실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이세돌은 이 코스를 짐짓 외면했다. 흑67로 타협의 길을 선택한 것은 필연. 참고도2의 흑1로 버티는 것은 백2 이하 8로 흑이 무너진다.(48,54,60…45의 아래. 51,57,6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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