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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사건으로 본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현 주소


지난 옵션만기일이었던 12일 40대의 김모씨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사제폭탄을 설치해 터뜨렸다. 김씨는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풋옵션에 투자한 뒤 오사마 빈 라덴 사망 후 테러 위험이 고조된 상황을 틈타 주가 폭락을 꾀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투기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파생상품은 본질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변화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상황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옵션 쇼크’와 잇따른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최태원 SK그룹 회장 선물거래 손실 등 이런 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투기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경우 기관 등과는 다르게 현물시장의 위험회피 목적 보다는 그야말로 한탕주의의 시선으로 파생상품시장을 바라보면서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를 하는 코스피200선물의 경우 레버리지 효과가 평균 6.7배에 이르고, 코스피200옵션의 경우 최대 450배에 달하는 등 행운만 따를 경우 적은 돈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은 파생상품시장 쪽으로 기웃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래량 기준으로 파생상품시장에서 차지하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33.3%로 기관투자자(30.4) 보다도 더 많다. 이들이 파생상품시장에서 하루에 거래하는 거래대금 만도 무려 40조원을 넘는다. 16일 증시에서 주식 거래대금 규모가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파생상품 시장이 현물시장보다 6배나 더 큰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는 한탕을 노리는 외국인과 개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투자자금 유입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김씨를 비롯한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큰돈을 벌 목적으로 외(外)가격에만 투자자금을 모두 베팅한다는 점이다. 외가격이란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아 투자위험이 매우 높은 가격대를 의미한다. 외가격 투자가 일반화되다 보니 대박을 노리다가 지수 흐름이 예측과 달라져 투자 자금을 모두 날리는 개인이 속출하는 것이다. 게다가 파생상품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지수가 올라도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에서 정보가 빠른 기관투자자들에 개인투자자들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보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처럼 파생상품시장의 정보를 기관이 개인들과 공유할 이유가 없다”며 “정보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외가격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을 만류하면 ‘이맛에 투자하는 데 왜 말리느냐’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무조건적인 시장규제 보다는 파생상품과 관련된 정보와 교육을 업계 차원에서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업계에 개인투자자가 참고할 만한 파생상품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아 시장이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며 “업계에서의 산발적인 교육 보다는 공인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대학교, 일반투자자 등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며 “파생상품시장의 여러 문제에 대해 여러 금융당국과 협의해 곧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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