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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부산에 내려가 선물보따리를 잔뜩 풀어놓았다.
부산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부산 출신 야권 후보의 단일화로 인해 박 후보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다. 이틀 전 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는 처음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물론 박 후보마저 양자 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그만큼 당이 부산 민심에서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에 내려가자마자 부산의 주력 산업이자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조선산업 육성 방안부터 알렸다.
그는 강서구 송정동 조선기자재협동화 단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박금융공사의 본사와 국제해운거래소를 부산에 두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남구 대연동 부경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양수산부도 부산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박근혜식 뉴딜'을 부산에서부터 하겠다는 공약이다.
다만 박 후보는 부산 정가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는 원칙을 재강조하며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어떤 정치적인 고려에 지장 받지 않고 항공 관련 전문가를 통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입지 문제를 공정하게 정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제가 확실하게 약속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공항을 약속하는 대신 해양수산부와 선박금융 활성화를 내놓은 것이다.
부산 출신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매립을 해야 하므로 밀양보다 예산이 많이 드는데다 지역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어서 부산 시민 전체가 찬성하는 게 아니다"라며 "박 후보도 이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수긍했다.
반면 또 다른 부산 출신 의원은 "선박금융공사는 가덕도 신공항에 비해 부산 시민들에게는 훨씬 순위가 밀리는 내용"이라면서 "김해공항은 낡고 국제선이 없어서 해외에 가려면 인천까지 가야 해 불편하고 수도권에는 공항이 두 개인데 왜 부산은 하나냐는 불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이날 만난 부산 시민의 민심도 신공항 논란처럼 둘로 갈렸다. 이날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과 피프광장은 박 후보가 나타나자마자 몰려든 시민들이 "박근혜"를 연호하며 박수를 쳤고 "예쁘다""사랑해요"라는 환호성도 들렸다. 반면 젊은 시민들은 일부 거부감을 보이며 시장을 빠져나갔고 "부산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 뭐하러 왔느냐"는 외침도 들렸다.
박 후보는 젊은 유권자가 많은 'G-Star' 게임산업 채용박람회장을 비롯해 문재인 후보의 고향인 양산시에 있는 통도사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박 후보 경호원 측과 실랑이 끝에 옷이 찢어진 한 기자에게 박 후보가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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